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100% 몸 상태가 아니라도, 두경민(30·DB)은 두경민이었다.
공은 둥글었다. 최하위 DB가 선두 KCC를 잡았다. 2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84-82(23-22 34-23 14-16 13-21) 축포를 터트렸다. 새해 첫 홈경기 승리다. 지긋지긋했던 홈 5연패에서 탈출했다. 팬들 앞에서 모처럼 기분 좋은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시즌 11승(23패)째를 마크, 9위 LG(12승21패)와의 거리도 1.5경기 차로 좁혔다. 반면, KCC는 12연승 후 2연패에 빠졌다. 시즌 성적은 23승10패다.
DB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선두 다툼을 벌이던 팀이었다. 이번 시즌 급격히 내려앉은 데에는 부상 악재 여파가 컸다.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완전체를 가동하기 어려웠다. 이날도 마찬가지. 경기를 앞두고 이상범 DB 감독은 부상 소식부터 전해야 했다. 베테랑 윤호영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허리 통증이 다시 올라와 이날 경기는 결장키로 했다. 윤호영은 개막 후 3경기 만에 허리디스크로 코트를 떠났다 지난 20일 SK전에서 복귀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두경민이 힘을 냈다. 에이스의 품격을 선보였다. 19득점 6리바운드 등을 홀로 책임졌다. 팀 내 최다 득점이다. 2쿼터엔 무시무시한 화력쇼를 보여주기도 했다. 6분 39초 동안 13득점을 집중시켰다. 이번 시즌 단일쿼터 최다득점 타이 기록이다. 지난해 12월 18일 LG전 4쿼터에서도 13득점을 신고한 바 있다. 3점 슛 1개를 비롯해 미드레인지 점퍼, 자유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전반에만 12점이나 벌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위기도 있었다. 4쿼터다. KCC가 이정현-송교창-라건아 3각편대를 앞세워 추격하자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수 모두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며 71-72로 역전을 허용했다. 결정적인 순간 DB엔 두경민이 있었다. 점프슛과 골밑 돌파로 연속 4점을 올리며 흐름을 바꿨다. 사실 두경민 역시 장염증세로 컨디션이 온전치 않다. 이날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필드골 성공률이 47%로 다소 낮은 이유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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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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