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수식어엔 이유가 있다.
지난 한 주간 가장 눈에 띈 투수 중 한 명은 단연 우완투수 원태인(삼성)이다. 2경기에 나서 14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딱 2점만 내줬다. 20일 고척 키움전서 7이닝 1실점(1자책)한 데 이어 25일 대구 KIA전에서도 6이닝 1실점(1자책)을 마크했다. 각각 연패를 끊고 연승을 잇는 값진 피칭이었다. 덕분에 팀도 탄력을 받았다. 주간 승률 0.833(5승1패)으로 KT와 함께 이 부문 1위를 차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시즌 26승1무26패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태인은 2019년 1차 지명으로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2021시즌부터 4년간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안정감을 자랑했다. 특히 지난 시즌 생애 첫 타이틀 홀더가 됐다. 28경기서 15승을 신고, 곽빈(두산)과 다승왕에 올랐다. 2017년 양현종(KIA) 이후 7년 만에 탄생한 토종 다승왕이었다. 삼성의 홈구장 삼성라이온즈파크가 리그서 대표적인 타자친화적 구장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놀라움은 더 크다.

원태인이 가장 신경 쓰는 수치가 있을까. 원태인은 주저 없이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라고 말한다. 투수의 꾸준함을 상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 시즌 10경기서 8차례 작성했다. 아리엘 후라도(삼성·10차례) 다음이자 국내 선수 중 가장 많다. 시즌 초 5이닝 소화한 2경기를 제외하면 등판 때마다 QS를 작성하고 있는 것. 심지어 한 경기서 3점 넘게 내준 기억이 없다. 원태인은 “매 경기 절실하게 던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계산이 서는 피칭, 그럼에도 3승(2패)에 그치고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순번 상 에이스끼리 맞대결을 펼치는 일이 많다 보니 많은 득점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동료들은 물론 사령탑 및 코칭스태프들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원태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승수에 대한 욕심은 없다. 작년 다승왕할 때 관련 기운을 모두 썼다고 생각한다”면서 “매년 딱 10승 정도가 목표다. 내가 더 잘 던지면 된다”고 말했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뛴다. 언제나 팀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직 20대 중반임에도 베테랑다운 면모가 엿보인다. 20일 경기에선 바통을 이어받은 이호성이 동점을 허용하고 자책하자 조용히 다가가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 원태인은 “나 역시 신인 때부터 그런 상황을 너무 많이 겪어봤다”고 운을 뗀 뒤 “사실 뭐라고 얘기하는 게 더 안 좋을 수 있다. 엉덩이 토닥여주면서 ‘괜찮다’ 한 마디만 되는 듯하다. 솔직히 정말로 괜찮아서 하는 말”이라고 전했다.
올 시즌 삼성은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반전을 꾀했던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 속에서 선수단이 느끼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을 터. 원태인은 “선수들끼리 신경 쓰지 말자고 했지만, 아무래도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보니 당연히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을 조금 느꼈던 것 같다”고 끄덕였다. 그러면서 “투수들, 타자들이 조금씩 노력하면 더 올라갈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장난 그만하자’고 말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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