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던 피프티피프티(새나·키나·아란·시오)가 ‘중소돌의 추락’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피프티피프티는 작년 11월 첫 싱글 ‘더 비기닝-큐피드(The Beginning: Cupid)’의 ‘큐피드’로 데뷔 134일 차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100위로 진입했다. 이는 K팝 그룹 중 데뷔 이후 가장 빨리 진입한 기록이다.
하지만 영광은 짧았다. K팝의 갈 길이라는 언론의 칭찬도 민망해졌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제대로 곪은 피프티피프티다. 피프티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와 이들의 기획·제작을 맡은 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의 갈등과 분란이 점입가경이다.

◆“200억 바이 아웃 독단 진행” vs “억지 프레임”
3일 어트랙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홍준 대표와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더기박스가 멤버들을 몰래 빼돌리려 한 증거라는 것.
공개한 녹취록에서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어트랙트 전 대표에게 “제가 확인할 게 하나 있다. 제가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한테는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거로 저희가 200억 제안을 드린 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 대표가 “전 못 들어봤다. 바이아웃이라는 게 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저희가 아이들을 다 인수한다고 말씀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놀란 전 대표가 “아니, 아니요”라고 말한다.
바이아웃은 프로축구 등 스포츠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선수와 소속 구단이 일정한 금액을 정해 두고 그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는 구단이 있으면 바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의미한다.
어트랙트 관계자는 이 녹취파일과 관련해 “안성일 대표는 소속사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의 승인없이 독단적으로 피프티 피프티의 바이아웃 건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의 추가적인 범죄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기버스 측은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놨다. 더기버스 측은 워너뮤직코리아에서 ‘레이블 딜’의 구조에 대해 제안했고, 이를 소속사에 전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사는 의사 결정권자가 아니며, 이에 대해 어떠한 불필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억지 프레임을 멈춰달라”며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갈등의 시작…데뷔 7개월 만에 정산?
이번 갈등은 지난달 19일 피프티프피티 멤버 4인이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멤버들 측은 소속사의 투명하지 않은 정산과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멤버들의 입장과 달리 이들을 바라보는 업계와 K팝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걸그룹 한 팀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20억 원이다. 데뷔 7개월 만에 정산을 논하기엔 피프티피프티의 ‘수익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 차트 정산은 국내 정산보다 늦고, 음악방송 출연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우며, 국내 광고 출연건도 없다. 들어간 돈은 생각하지 않고 내 돈부터 내놓으라니, 소속사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4일 한 매체를 통해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모인 과정과 그간 들어간 대략적인 투자금액이 공개됐다. 2020년 12명이었던 연습생을 2022년 4명으로 압축시키고 데뷔조가 탄생했다. 월세 270만원의 숙소는 물론이고 보컬, 음악이론, 랩, 댄스, 영어, 운동, 연기까지 과목별 트레이닝 비용으로 매월 최소 2000만 원이 들어갔다. 총 4편의 뮤직비디오 제작에만 10억 원 넘게 투자됐다.
활동 강행 주장 또한 의문점을 낳는다. 공개된 카톡에 의하면 소속사 측은 수술을 받은 멤버 아란을 제외한 3명의 멤버들에게 2주의 휴식 시간을 줬다. 일반적으로 그룹활동은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멤버를 제외하고 기존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팬들과의 약속이자 그룹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편, 피프티피프티 멤버 4인이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 관련 첫 번째 공판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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