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전 돌아온다=안영명은 재활조에 속해있다. 지난해 7월 어깨 웃자란 뼈를 받는 관절경 수술을 받고, 공을 손에서 놓았다. 2015년 10승을 기록하며 토종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는 1군 2경기, 2군 6경기 등판에 그쳤다. 토종에이스의 이탈에 한화는 흔들렸고 다른 투수도 연쇄적으로 부상부진에 신음하며 또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안영명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현재는 순조롭다. 김성근 감독은 혹시 몰라 “페이스를 늦추고 천천히 하라”고 지시했고, 안영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재활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조금 안정적으로 재활 스케줄을 짰을 뿐 개막 엔트리 동록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안영명은 “심각한 수술이 아니었다. 감독님이 무리말라고 하셔서 나도 조절했지만, 개막에 맞춘 재활 일정”이라고 웃었다.
정확히는 당장 전력투구까지 가능한 상태다. 불펜피칭까지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최근에는 220구를 던졌다. 또 손가락도 다시 투수의 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한동안 공을 던지지 않았던 터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터졌다. 안영명은 “소녀손에서 바뀌어가고 있다”고 웃었다.
그리고 “개막전에 맞춰놨다. 괜찮다”고 또 말했다.

보직과 관련해 안영명은 “감독님이 내보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선수는 그 역할만 잘 수행하면 된다”고 말하며 팀워크에 대한 속마음도 밝혔다. 프로의 팀워크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즉,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개인성적을 올릴 때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팀워크가 생긴다는 안영명의 야구철학이다. 안영명은 “아마추어의 팀워크는 희생, 팀승리 등으로 말할 수 있어도 프로는 다르다고 본다”며 “맡은 역할을 100% 해내는 게 곧 팀워크다. 4번타자는 4번타자답게, 선발투수는 선발투수답게 해내는 게 팀워크가 좋아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죄책감 미안함, 정신차리자=한화의 가을야구를 물었다. 2008년 이후 9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해마저 실패하면 10년째가 된다. 안영명은 “아무래도 가을야구에 대해 무뎌진 게 사실이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며 “감독님도 오시자마자 패배의식을 지워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고참으로서 그런 부분을 지워야한다고 강조한다. 다들 좀 높은 곳을 바라봤으면 한다”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을야구는 다른 팀의 일’이라는 생각이 알게모르게 자리를 잡아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안영명은 “올해도 못가면 10년인데 꼭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한 데는 절박함이 녹아있는 까닭이다. 안영명은 선배들과 팬들을 보면 죄책감을 느낀다. 한화가 무너진 시작은 마운드의 세대교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점이다. 구대성, 송진우, 정민철 등 KBO리그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이 은퇴한 뒤 이를 메워줄 후배투수들이 없었다. 최근에는 외부 FA 영입으로 중고참 선수들이 많아졌지만, 한화 마운드는 그간 ‘허리’가 없었다.
안영명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고 평가받은 세대다. 안영명은 “뒤를 받쳐줄 후배들이 나나 (류)현진, (김)혁민이 등이었다. 나도 잘해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암흑기를 만든 원인이 내 책임인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속상해했다. 마음에 걸리는 일화도 전했다. 송진우가 은퇴전 안영명을 보고 “야구 좀 잘해라, 나도 은퇴 좀 하게”라고 농담했는데, 당시 안영명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한다.
팬들에게도 미안함을 전했다. 지금도 미야자키에는 한화 참관단들이 와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큰 돈을 들여 찾아왔고 연습경기 때마다 소리쳐 응원하고 있다. 안영명은 “우리 팬은 뭔가 끈적하게 응원해주시는 것 같다”고 웃으며 “그간 (야구를 못해서) 한화팬이라고 말들을 못하셨을 텐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안영명이 미야자키 캠프 훈련지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아래)물집 잡힌 안영명의 손. 한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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