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이사회를 거쳐 프로야구 제9구단 우선협상 대상자로 통합 창원시를 연고지로 하는 엔씨소프트를 선정했다. KBO를 비롯, 전 야구계의 꿈이 성취된 것이다. 특히 KBO에서 오랜 행정경험을 쌓으며 실무 책임자로서 산파역을 했던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크게 흐뭇해 했다.
이상일 총장은 그동안 구단 인수 및 창단작업에 관여하면서 황당했던 사례를 돌이키기도 했다. 최근에 제9구단 창단이 핫이슈가 됐을 때 어느 점잖게 생긴 신사가 여러 차례 찾아왔다고 한다. 이 신사는 자신을 국내 굴지의 K그룹 임원이라고 소개하면서 구단 창단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고, KBO와 구단 창단을 위한 양해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수상한 점이 많아 이총장이 거절했는데, 나중에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이상일 사무총장의 직인을 도용해 사기에 이용하려고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총장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는데 그뒤로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더욱 황당했던 사건은 전임 신상우 총재와 하일성 사무총장 시절 일어났다. 히어로즈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절, 어느날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귀부인’이 KBO를 찾아와 역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G그룹 가족의 일원으로 지방에 큰 공장 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히어로즈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을 통한 확인과정에서 사람도, 공장도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일 총장은 “실무책임자로서 당시 함께 저녁식사도 했고, 히어로즈 구단에 소개를 해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럴 듯해 기대도 했지만 나중에 가짜라고 하니 허탈했다. 어디에 활용할 속셈인 지는 모르겠지만 야구를 이용해 사기를 치려고 단단히 준비한 모양새였다”고 회상했다.
그밖에 다른 사례도 몇차례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상일 총장은 “모든 것이 야구의 인기가 좋아진 때문 아니겠느냐”고 자문하며 “여러 기업과 개인이 야구에 관심을 가져주면 언제나 대환영”이라면서도 “KBO와 야구계가 쉽게 (사기에)당할 허술한 곳은 아닌데…”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준성 기자 osae@sportsworldi.com
<통합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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