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밌는 결과 있지 않을까요.”
프로야구 키움의 핫코너를 지키는 내야수 송성문은 어느새 ‘히어로즈’의 터줏대감이 되어 간다. 2015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9순위로 넥센(현 키움) 지명을 받아, 어느새 프로 10년 차 시즌을 맞이했다. 키움에서 쌓아온 시간만큼은 여느 선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딱 그만큼 커진 책임감을 안고 2024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다.
◆보여줘야 할 때

냉정하게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2018시즌 후반기 맹타로 3할 타율(78경기·0.313)을 기록했고, 2019년 포스트시즌 맹활약으로 ‘가을 성문’ 별명을 얻기도 했으나 모두 단발성이었다. 달라진 2024년을 꿈꾸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결혼, 2년 후 얻을 자유계약선수(FA) 자격도 좋은 동기부여다. 간절함을 담은 ‘벌크업’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식단 조절,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통해 체중은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육안으로도 확 느껴질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 초반이지만 벌써 효과가 보인다. 11경기 만에 벌써 3개의 홈런을 쳤다. 단 5홈런에 그친 지난해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빠른 페이스다. “장타를 의식하진 않는다. 오히려 홈런 욕심을 억제하니까 더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웃은 그는 “불필요한 살을 빼고 근력이 강해지니 확실히 타구 스피드에 효과가 있는 듯하다”는 비결을 전했다.
타격만이 아니다. 그는 “달리기도 조금 빨라진 기분이다. 수비할 때도 그렇고,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일 때 확실히 시동이 잘 걸리는 느낌이 있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매년 초반이 좋지 않아 1년 내내 꾸준한 컨디션을 유지할 몸을 만들려 했다. 스트레칭, 기능성 운동을 병행하면서 부상 방지와 현 상태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언더독의 짜릿함
개인적인 노력과 별개로 ‘2024 키움’을 향한 주변의 시선은 차갑다. 안우진, 이정후 등의 이탈과 함께 유력한 최하위 후보로 분류됐다. 투타 모두 물음표가 찍힌 곳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키움 경력’을 가진 그는 이 상황이 익숙하다. 주변 예상을 뒤엎는 맛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송성문은 “올 시즌 하위권 평가도 당연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발전해서 그 시선을 잠재우자는 분위기가 깔려있다”며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때마다 형들과 함께 예상 밖 결과를 내왔다. 정말 짜릿하고 기분 좋다. 우리의 힘을 보여줬다는 자부심이 많이 생기고, 그게 또 다음을 향한 원동력이 된다”고 밝게 웃었다.
그 유산을 이어주고픈 마음뿐이다. 그는 “어린 제게 모두 큰 자산이 됐다. 올해도 좋은 분위기로 겨우내 준비한 걸 보여준다면 나중에 재미있는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제 제가 후배들에게 그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러면 자연스레 팀도 장기적으로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