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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인터뷰] 오정세, ‘무가치함’에 답하다 “존재 자체가 흔들린 적은 없다”

입력 : 2026-06-14 11:24:42 수정 : 2026-06-14 15: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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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정세. 프레인TPC 제공
배우 오정세. 프레인TPC 제공

어떤 배우는 연기를 잘하고, 어떤 배우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그리고 어떤 배우는 마치 원래 그 사람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배우 오정세는 후자에 가깝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과장되지 않고, 인물의 결핍과 상처, 사랑스러움까지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래서일까. 시청자들은 매번 새로운 작품 속 오정세를 기대하고, 제작진은 또다시 그를 찾는다. 최근 종영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JTBC)에서도 그는 특유의 생활감 있는 연기로 또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14일 오정세는 작품을 떠나보낸 아쉬움부터 꺼냈다. 그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제자리에 머문 듯한 열등감과 질투, 무가치함 속에서 평화를 찾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정세는 극 중 다섯 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영화감독이지만 끊임없이 불안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박경세를 연기했다. 겉으로는 성공한 감독처럼 보이지만 학교 후배이자 8인회 멤버인 황동만(구교환)을 보며 자신을 비교하고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오정세는 작품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면서 동굴로 들어간 적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정서는 저 역시 갖고 있었다. 일이 없거나 계획이 어그러진다고 해서 내가 무가치해지는 건 아니지 않나. 그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JTBC 제공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JTBC 제공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폭싹 속았수다’ 등에서 어딘가 부족하고 지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그려온 그는 이번에도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맡았다. 하지만 박경세를 바라보는 오정세의 시선은 조금 더 섬세했다.

 

오정세는 “대본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에는 최대한 대본대로 가고 싶었다”며 “한 글자, 한 글자가 너무 귀했고, 그 좋은 정서를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10~20% 정도 촬영 후에는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세는 그 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한 글자도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98%만 구현해도 괜찮다. 그 안에서 자유를 찾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경세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준 인물도 있었다. 동백꽃 필 무렵을 함께했던 차영훈 감독이다. 오정세는 당시 종방연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긴 한데, 그날 감독님이 정말 많이 우셨다. 행복하고 벅차고 감사한 감정 때문에 아기처럼 울더라. 현장을 이끌던 분이 그렇게 순수하게 우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실존하는 경세였다”고 웃었다.

 

오정세가 포착한 박경세의 모습은 박해영 작가 특유의 섬세한 대사를 만나 더욱 선명해졌다. 오정세는 “흔히 명대사라고 하는 문장도 많지만, 이 작품은 상황과 감정이 더해질 때 진짜 힘이 생기는 것 같더라”며 “한 문장, 한 단어가 다 귀했다. 대사를 제 식으로 편하게 바꾸면 전달은 더 쉬웠을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려워도 그대로 구현하고 싶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JTBC 제공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JTBC 제공

그만큼 작품 속 문장들은 오정세에게도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경세의 마지막 변화를 꼽았다. 늘 1등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인물이 비로소 자신을 내려놓게 되는 순간이다.

 

오정세는 “결국 경세는 마지막에 성장한다. ‘예전에는 1등만 하려고 아등바등했다면 이제는 3등도 할 수 있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며 “‘살아있는 것들은 다 늙어 죽길. 병들어 죽지 말고, 괴로워 죽지 말고 모두 다 늙어 죽길’이라는 대사 역시 오래 남았다. 저 역시 늘 뭔가를 이루겠다며 아등바등 살아가는데, 결국은 안온함을 찾고 자연스럽게 늙어가길 바란다는 점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작품 속 박경세는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무가치함에 괴로워했다. 오정세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을까.

 

그는 “기획한 대로 일이 안 되거나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존재 자체가 무가치하다고 느낀 적은 잘 없다. 오디션에서 떨어졌을 때도 속상한 정도였다. ‘그래도 올라갈 수 있어’, ‘앞으로 갈 수 있어’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정세에게도 남다른 위로를 안겼다. 그는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 과거도 돌아보게 됐다. 저한테는 정말 고마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어딘가에서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이 작품을 한번 보시면 어떨까”라고 권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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