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조용하지만 충격적인 뉴스 하나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4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무려 0%다. ‘낮다’가 아니라 성장이 ‘없다’는 뜻이다. 경제성장률이 0이라는 건 나라 전체가 열심히 일해도 부가 늘지 않고, 결국 나눌 파이는 그대로라는 말이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부터 15년도 남지 않았다.
이제 여기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빼앗기지 않느냐의 게임으로 바뀐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는 자동으로 성장하는 것이라 믿었다. 개발만 하면 땅값이 오르고, 공장만 지으면 수출이 되고, 아파트만 사두면 자산이 불어났다. 일종의 착각이었다. 인구는 늘고 있었고, 세계는 확장 중이었으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성장의 토양이 풍부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인구는 줄고, 생산성은 정체되고, 혁신은 둔화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청년 실업은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고, 다른 쪽에서는 일할 자리가 없다. 성장의 엔진은 식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악셀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는 투자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고성장 시대에는 공격적인 투자가 통했다.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했고 주식이면 남들보다 빨리 들어가고 많이 베팅하면 수익이 났다. 하지만 성장 없는 시대에는 ‘지키는 투자’가 중요해진다. 좋은 자산을 오래 보유하고, 잃지 않는 것이 이기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라면 더 이상 예전처럼 모든 지역의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인구가 줄고, 금리가 오르고, 수요는 선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서울의 핵심지 아파트는 살아남는다. 주식 역시 마찬가지다. 고성장이 어렵더라도, 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기업은 여전히 수익을 낸다. AI혁명을 이끌고 있는 빅테크 기업이 대표적이다. 현금 또한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현금을 가만히 들고 있으면 손해다. 자산은 숨기지 말고 흘러가게 해야 한다.
개인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성장 시대엔 기회주의자가 유리했다. 어디서든 빨리 움직이고, 틈새를 공략하고, 한 방을 노리는 전략이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남보다 앞서가는 것보다 남들보다 덜 지는 게 중요하다. 구조를 이해하고, 위기를 견디며,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직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게 능력이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가진 무한동력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교육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적응력과 대체 불가능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이다. 고령화 시대에는 건강이 곧 자산이다. 체온 하나, 수면 습관 하나가 나중에 수천만원의 가치로 돌아올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0%라는 것은 이제 국가는 우리의 인생을 키워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경제가 자동으로 커지지 않는다면 각자의 전략과 철학이 삶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제는 ‘어떻게 벌까?’가 아니라 ‘나는 어떤 구조 속에 살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 시대다. 성장이 멈춘 시대, 우리는 ‘나를 키우는 투자’로 돌아가야 한다. 돈을 불리는 기술보다 삶을 지키는 안목이 중요하다. 미래는 더 이상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준비된 개인에게만 도착한다.
언제나 시대는 바뀌고 미래는 달라진다. 과거에 머물러있는 것은 나를 그대로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말과 같다. 세상이 바뀌면 그에 맞는 바뀐 대응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0%대 성장이니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느니 망했다는 소리를 해댈 시간조차도 아깝다.
시기에 맞는 대응이 중요하다.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같은 조건에서 투자에 성공해나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오늘도 묻자. “지금 이 선택이 나를 지키는 방향인가?” 그 질문을 반복하는 삶은 언젠가 성장보다 더 강한 ‘지속’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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