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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서 태극기 내걸고 한국 선진의료 전파…자부심 느껴”

입력 : 2025-04-17 20:01:52 수정 : 2025-04-20 23: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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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의료재단 부하라 힘찬병원
100병상 규모 종합병원 건립
현지 의료진들에 교육 전수
환자 국내 초청 프로그램도
구내식당 ‘한식 맛집’ 입소문
민간 외교사절 역할도 톡톡

한국 온 딜푸자 영상의학 팀장
“한국어 말하기 우승해 기회
환자 중심 병원 구조 인상적
MRI·X-레이·CT 심층 학습”

해외 의료 현장에서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전하는 ‘민간 외교 사절’ 역할까지 자처하는 병원이 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 자리잡은 상원의료재단 부하라 힘찬병원이다. 병원은 태극기를 전면에 내건 채 선진 의료를 실천하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이사장(왼쪽)과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힘찬병원 소속 딜푸자 영상의학팀장(오른쪽)이 인천 남동구 인천힘찬종합병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힘찬병원 제공

“처음엔 외관에 태극기를 굳이 그려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께서 꼭 넣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셨죠. 지금은 너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7일 인천힘찬종합병원에서 만난 박혜영 상원의료재단 이사장의 회고다. 힘찬병원은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요청으로 2019년 11월 부하라주에 1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부하라 힘찬병원을 열었다. 약 2700평의 압도적인 규모다. 멀리서부터 태극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 병원이구나’ 곧바로 알아볼 수 있다.

박혜영 이사장은 “외국에서 국기를 전면에 걸고 무언가를 운영하는 것 자체는 분명히 큰 부담”이라며 “하지만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 곳’이라면 자신 있게 국기를 내걸지 않나. 이수찬 대표원장은 병원 중앙에 국기를 달고 한국 병원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부하라 힘찬병원 전경. 사진=정희원 기자

◆“태극기 굳이 그릴까?”에서 “정말 잘한 일”로

힘찬병원의 의술, 인술이 현지에서 통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의료현장이나 체계는 아직도 한국의 1970년대 의료 수준과 비슷하다. 이 대표원장과 박 이사장이 애초에 부하라 힘찬병원을 세울 것을 결심한 것도 ‘사람 살리는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와 관련 현지 의료진에게 끊임없이 교육을 전수하고, 환자를 국내에 초청해 치료하는 ‘힘찬의료나눔’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식 맛집’ 된 병원 구내식당…한글 메뉴판에 현지인들 북적

부하라 힘찬병원 직원들이 김치볶음밥 등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힘찬병원은 의료활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민간외교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우선 병원 구내식당은 부하라 지역 ‘한식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점심시간이면 병원 직원뿐 아니라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 부하라 힘찬병원 직원식당으로 몰린다. 구내식당 내에는 국시, 김치볶음밥, 라면 등 각종 한식 먹거리가 한국어와 함께 붙어 있다.

박 이사장은 “한식당을 외부에 개방한 것은 우리나라 국립중앙의료원(NMC)이 선보인 스칸디나비아 클럽처럼 운영되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실제 6.25 전쟁 종전 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한국에 자본과 의료진을 보내 지금의 국립중앙의료원을 선물했다.

당시 스칸디나비아 클럽은 북유럽 의료진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식사하는 공간이 되며 문화를 전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하라 힘찬병원이 자립하더라도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구내식당은 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부하라 힘찬병원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말하기 대회 1등에게는 진짜 연수 기회…‘딜푸자의 꿈’ 이뤄지다

직원들에게도 한국 문화 알리기를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임직원 한국어 말하기 대회다. 한국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병원 구성원들의 수요를 고려해 마련한 행사다.

지난 11월 1회 대회가 열렸고,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참가자에게는 한국 연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1등은 딜푸자 부하라 힘찬병원 영상의학팀장에게 돌아갔다. 한국인과 거의 비슷한 억양으로 만장일치로 1등을 수상했다. 실제 4개월 뒤 그녀는 한국을 찾았다.

◆“병원 시스템 자체가 환자 중심”…인천에서 배운 것들

딜푸자 영상의학팀장(오른쪽)이 인천 남동구 인천힘찬종합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으로부터 연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열린 인천힘찬종합병원 연수에는 딜푸자 팀장뿐만 아니라 이크볼라 행정총괄, 영상의학과 의사 유누소프 우므르벡 씨 등이 함께했다. 한국어가 유창한 이크볼라 총괄은 이번 연수를 통해 한국의 병원 시스템을 배웠다. 세 사람은 인천힘찬종합병원에서 연수받으며 한국의 대표 명소도 찾았다.

딜푸자 팀장과 이크볼라 총괄은 모두 개원 당시부터 함께한 오픈 멤버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어느새 부서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우즈베키스탄 병원의 경우 이직이 잦은 편인데, 이직하기 싫은 환경을 만들어주셨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딜푸자는 한국이 처음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전하기도.

(왼쪽부터)딜푸자 팀장, 박혜영 이사장, 이크볼라 총괄이 인천힘찬종합병원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힘찬병원

딜푸자는 “처음 이력서를 넣을 때에는 ‘설마 내가 뽑히겠어?’ 싶었다. 감사하게도 입사하게 됐고, 실제 직원을 위해 한국 연수를 보내주는 것에 무척 감동했다. 그때부터 한국에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어 말하기 대회 우승자는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됐다”며 “예선 당시에는 대상을 탈 줄 몰랐다. 꿈이 이뤄졌다”며 활짝 웃었다.

연수를 통해 본 인천힘찬종합병원의 관리 및 촬영 방식에도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환자가 어디로 가야할지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시스템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원내 모든 부분이 환자 중심 구조라는 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달리 방사선사에 대한 자격 관리 제도가 없다. 대체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보고 들은 정보에 의존하는 셈”이라며 “영상의학과에서 MRI, X-레이, CT에 대해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수는 지난해 ‘우수힘찬인’으로 선정된 남기항 영상의학과 팀장이 영상검사의 기본과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크볼라 총괄은 “병원의 모든 것을 통째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 전체의 의료서비스 질과 환자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QPS(Quality Improvement & Patient Safety)실 운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분 확인 시스템, 건강검진 센터 분리 운영, 직원 매뉴얼 도입 등 기본적인 요소임에도 아직 현지에는 자리잡지 않은 시스템들을 하나하나 들이고 싶다”며 “안전하고 신뢰받는 병원으로 자리잡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롯데타워를 찾은 딜푸자 팀장이 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다. 힘찬병원

◆“한복 입고 경복궁·한옥마을 가보고 싶어”

한편, 이번 연수에 참가한 부하라 힘찬병원 식구들은 한국의 명소도 찾았다.

딜푸자 팀장은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한복을 입고 경복궁이나 한옥 마을에 가는 것”이라며 “드라마 속의 로컬 분위기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바다, 63빌딩, 시그니엘 서울 등도 위시리스트에 넣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바다가 없고, 땅이 넓다보니 고층빌딩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딜푸자 팀장은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한복은 입지 못했지만 롯데타워와 코엑스를 둘러봤다”며 “인생에 처음 비행기도 타보고 후회가 없다”며 웃었다.

박 이사장은 “부하라 힘찬병원을 설립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 병원의 보건 시스템을 통해 현지 의료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환자 응대나 서비스 측면은 꾸준히 발전시켜왔지만, 정말 병원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의료 안전관리와 같은 본질적인 영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하라 힘찬병원이 자체 기준을 정립해 나가고, 설령 처음엔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이런 것이 의료서비스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이크볼라 총괄, 박혜영 이사장, 딜푸자 팀장이 인천힘찬종합병원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힘찬병원

특히 함께하고 있는 부하라 힘찬병원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박 이사장은 “2019년 개원 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3년 가까이 병원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떠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90여명의 직원들은 의료 발전에 대한 의지를 갖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는 그분들을 프론티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믿고 함께해준 부하라 힘찬인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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