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루시가 2년 만에 완전체로 무대에 섰다. 넓어진 공연장의 규모 만큼 깊어진 음악과 감성을 가득 채워 ‘아일랜드’를 장식했다.
17일 루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단독 콘서트 ‘아일랜드(2026 LUCY 9TH CONCERT 'ISLAND')’를 개최했다. 최근 데뷔 6주년을 맞은 루시는 지난 3월 전역한 신광일의 팀 복귀로 완전체 활동을 시작했다. ‘꿈의 무대’ KSPO DOME(구 체조경기장) 입성까지 이뤘다.
이날 루시는 “겹경사다 체조 경기장에서 1년 반 만에 완전체 공연을 열게 됐다”며 첫 인사를 건넸다. “큰 공연장에 모이니 좋다”고 기쁨을 만끽한 멤버들은 “팬분들이 첫곡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려주시더라. 이러려고 달려왔나 싶다. 마지막 콘서트인 만큼 막콘이 왜 막콘인지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지난달 29일 신보 ‘차일디쉬(Childish)’가 초동 10만 장을 돌파하며 커리어 하이를 거둔 루시에겐 더욱 값진 공연이다. 루시는 메인 프로듀서 조원상을 필두로 데뷔 이후 전 멤버가 모든 앨범을 직접 기획·제작하고 있다. ‘차일디쉬’는 삭막한 현실 속 동심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앨범. 타이틀곡 ‘전체관람가’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곡이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발아’를 시작으로 지난 6년간 루시의 히트곡들이 세트리스트를 채웠다. ‘차일디쉬’ 수록곡에서도 연신 떼창이 터져 나왔다. 말하지 않아도 자리에서 일어나 뛰며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에 감동한 듯 신예찬은 “팬분들 앞에서 연주할 때 가장 특별함을 느낀다”고 공연의 감동을 만끽했다.
보컬 최상엽의 청아한 목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고, 풍성한 밴드 사운드가 공연장을 채웠다. 루시는 메인 무대와 돌출 무대의 리프트까지 적극 활용해 다각도의 연출을 선보였다.
악기를 메고 돌출 무대를 오가는 신예찬, 최상엽, 조원상에 이어 신광일의 드럼 세트도 통째로 이동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신광일은 드럼과 이동 무대를 소개하며 “아마 깜짝 놀라셨을 거다. 차를 새로 뽑았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각 멤버의 솔로 무대는 라디오 DJ ‘팡디’로 변신한 막내가 직접 소개했다. 솔로 무대 ‘구구절절’에 이어 신광일이 청취자의 사연을 받아 곡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멤버들이 하나씩 무대에 올랐다.
수의사 콘셉트의 신예찬은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리틀 스타(Little Star)’ 가창 무대를 준비했고, 조원상은 새 앨범 수록곡 ‘포치 라이트(Porch light)’로 감성을 전했다. 최상엽은 드라마 ‘진검승부’의 OST로 사랑받은 ‘작은별’을 선사했다.
루시는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이번 콘서트에 정말 모든 걸 갈아넣었다.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 모두 놓칠 게 없다”고 자신했다. 멤버들의 말처럼 지루할 틈 없는 무대의 연속이었다. 루시표 청량 감성은 기본, 파워풀한 반전 선곡을 오가며 공연장의 열기를 높였다.
약 2년만에 다시 맞이한 루시 완전체, 역대 최대 규모의 단독 공연을 위해 다채로운 구성을 준비했다. 멤버 각자의 솔로 무대는 물론 독주 구간도 마련됐다. 객석으로 내려가 현란한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이올린 신예찬과 베이스 조원상의 연주 대결도 백미였다. 무대 위에서는 연주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전광판에는 멤버를 형상화한 격투 게임 캐릭터가 결투를 벌여 몰입도를 높였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무대를 활보하는 신예찬이 특히 시선을 모았다. ‘도깨비춤’ 무대에서 잠시 사라졌던 그는 도깨비 탈을 쓴 댄서 무리에 섞여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에 질세라 최상엽과 신광일은 ‘못 죽는 기사와 비단 요람’에 앞서 마주보고 대북을 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공연의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듯 관객들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매순간을 즐겼다. 이날 야외 기온이 30도를 넘어설만큼 무더웠지만 공연장은 그보다 뜨거웠다. 멤버들은 “공연장 온도가 밖보다 더 높을 것 같다. 열기가 대단하다”고 관객들을 추켜세웠다. 특히 스탠딩석으로 구성된 플로어는 마치 페스티벌에 온 듯 연신 점프하며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이 눈길을 끌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최상엽은 “마지막 곡을 들려드리고 싶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콘서트라는게 참 묘하다. 여러분은 못느끼겠지만 내 눈에는 이 공간에 떠다니는 행복이 보인다. 아무 근심걱정 없이 행복과 웃음이 가득 차있다”고 애정을 담아 객석을 바라봤다.
이번 공연명 ‘아일랜드’는 루시의 첫 단독 콘서트 ‘루시 아일랜드’와 맞닿은 이름이다. ‘흩어졌던 꽃잎들이 다시 섬으로 불어와 우리를 빛으로 물들인다’는 메시지를 무대에 녹였다. 데뷔 이래 개최한 콘서트를 모두 매진시키며 눈부신 성장을 이뤄온 루시다.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을 시작으로 장충체육관,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까지 공연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장한 끝에 KSPO DOME에 섰다.
루시는 “이번이 아홉 번째 콘서트다. 첫 공연에는 곡도 많이 없어서 커버곡의 비중이 컸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하며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감사하다. 공연장이 커지면서 더 많은 분들과 이 행복을 느낄 수 있어 더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앵콜 무대를 기다리며 팬들은 멤버들에게 ‘개화’를 불러줬다. ‘루시의 항해가 계속 되길 발아’라는 글귀가 적힌 슬로건을 발견한 루시는 “우리의 항해가 계속되려면 여러분이라는 물이 있어야 한다. 계속해서 우리의 물살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루시는 16일과 17일 양일간 2만5000여 관객과 ‘아일랜드’를 완성했다.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6월 타이베이, 7월 일본 요코하마로 ‘아일랜드’의 무대를 넓혀간다.
루시와 왈왈(팬덤명)이들은 “우리도 체조 왔다!”는 외침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며 이 순간을 기념했다.
갓 전역한 신광일에겐 더욱 뜻깊은 공연이었다. 그는 “정말 행복한 이틀이었다. 여러분 덕분에 살아간다”고 벅찬 감동을 전하며 “여러분이 행복을 나눠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주신 행복을 돌려드리기 위해 앞으로도 좋은 음악, 신나는 음악, 위로가 되는 음악으로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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