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무릎은 원래 아픈 거 아닌가요?”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이 찌릿하고, 소파에서 일어설 때 뻣뻣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이 많다. 며칠 쉬면 괜찮아졌다가 장을 보거나 오래 걸은 날 다시 아픈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몇 달, 몇 년씩 ‘나이 탓’으로 버티는 경우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서서히 진행한다. 초기에는 많이 걷거나 계단을 이용한 뒤에만 아프다가 진행될수록 평지를 걷거나 잠자리에서 자세를 바꿀 때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관절 손상과 다리 정렬 변화가 심해지면 무릎 안쪽에 체중이 집중되면서 O자형 다리 변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진규 부산성모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무릎 관절염을 ‘나이가 들어 생기는 당연한 통증’으로 생각해 참고 지내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통증이 반복되고 무릎이 붓거나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다면 현재 관절 상태부터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편했던 양반다리, 언제부터 무릎이 아팠나
한국인의 생활습관도 무릎 통증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바닥에 앉아 TV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양반다리를 하고, 욕실 청소나 화분 정리를 할 때는 쪼그려 앉는다. 운동 후 허벅지를 풀어준다며 무릎을 끝까지 접어 엉덩이를 발뒤꿈치 쪽으로 내리는 스트레칭을 오래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자세 자체가 관절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무릎을 깊게 구부린 상태에서는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이미 연골 손상이나 통증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바닥에서 일어나기 위해 손으로 무릎을 짚어야 하거나 양반다리를 풀었을 때 무릎이 쉽게 펴지지 않는다면 단순한 유연성 문제라고 넘기지 않는 게 좋다.
◆관절염 진행 정도 파악 중요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 의심되면 먼저 통증 위치와 움직임, 압통, 부종, 다리 변형 등을 살펴본다. 이어 체중을 싣고 서 있는 상태에서 X-ray를 촬영하면 관절 간격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골극이나 다리 정렬 변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관절염의 진행 정도를 1~4기 등으로 평가한다. 증상과 X-ray 소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반월상연골판·인대 등 다른 구조물의 손상이 의심되면 초음파나 MRI 검사를 추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절염 진단이 곧 수술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근력운동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다. 필요에 따라 관절의 윤활 작용을 보완하는 히알루론산 주사나 PDRN 계열 주사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염증과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신중하게 선택하기도 한다.
정진규 과장은 “흔히 연골주사라고 부르는 히알루론산 주사를 닳아 없어진 연골을 다시 만들어주는 치료로 오해하기도 한다”며 “통증과 관절 기능 개선을 돕는 치료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나이·손상 부위 따라 선택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관절 손상이 진행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면 수술적 치료를 검토한다.
비교적 젊은 환자에서 연골 손상이 국소적으로 나타난 경우에는 관절내시경 치료나 자가 골연골 이식술, 연골세포를 이용한 치료 등을 상태에 따라 고려할 수 있다.
무릎 안쪽 관절은 손상됐지만 바깥쪽 관절은 비교적 보존돼 있고 O자형 다리가 동반된 환자라면 근위경골절골술(HTO)을 통해 다리 정렬을 교정하는 방법도 있다.
관절염이 한쪽 구획에 집중됐다면 부분 인공관절 치환술을, 관절 전체의 손상이 심한 말기 관절염에서는 전 인공관절 치환술을 고려한다.
정 과장은 “인공관절은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받는 수술도 아니고 두렵다고 끝까지 피해야 하는 치료도 아니다”며 “관절 손상 범위와 통증, 보행 능력, 연령과 활동 수준을 함께 고려해 적절한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정진규 과장이 말하는 무릎 건강 팁
▲양반다리보다 의자 이용.
바닥에 오래 앉아 무릎을 깊게 접는 시간을 줄이고, 불편하면 수시로 다리를 펴준다.
▲쪼그려 앉아 집안일하지 않기.
욕실 청소나 화분 관리처럼 낮은 곳에서 작업할 때는 낮은 의자나 보조도구를 활용한다.
▲계단에서 반복적으로 찌릿하면 검진.
계단을 내려갈 때 통증이 반복되거나 붓기, 뻣뻣함이 함께 나타난다면 관절 상태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 나이 탓 자가진단 금물
관절염은 진행 정도에 따라 운동·약물·주사치료부터 절골술, 인공관절 수술까지 치료 선택지가 달라진다. 조기에 상태를 파악할수록 치료 계획도 다양하게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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