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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필수’ 최소 15만명 찾은 ‘책 축제’…서울국제도서전, 불황 뚫은 역대급 흥행

입력 : 2026-06-28 13:22:03 수정 : 2026-06-28 15: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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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인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관람객들이 온라인 및 현장 티켓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6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인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관람객들이 온라인 및 현장 티켓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올해도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입장권 구매를 위해 매일같이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는 등 15만명 이상 역대 최고 수준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로 68회를 맞이한 이번 도서전은 지난 24∼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B1홀에서 열렸다. 개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행사장 입구는 입장권 구매를 위한 오픈런 진풍경이 벌어졌다. 오전 7∼8시 대기는 기본이고 일부 관람객은 전날 밤부터 부스 앞을 지켰다.

 

입장이 시작된 후에는 각 출판사와 서점 등이 준비한 굿즈를 구하기 위해 앞다퉈 각 부스로 향했고 민음사 등 대형 출판사 부스에는 수십명의 긴 줄이 늘어섰다. 각 부스가 준비한 굿즈는 일찌감치 당일 오전에 완판되기 일쑤였고 최대 30분 이상 대기가 필수였다. 

 

도서전을 주최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적정 수용 인원을 고려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약 15만명 규모의 입장권을 판매했다. 다만 올해 더욱 뜨거워진 열기 탓에 체감 인파는 그 이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출협 측도 이번 도서전에 관람객이 15만명 이상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도서전은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라는 묵직한 주제를 내걸고, 인공지능(AI) 시대 속에서 인간 사유의 본질과 독서의 가치를 되짚어봤다. 전 세계 18개국에서 538개의 출판사가 참여해 역대급 규모로 치러졌으며 각계 전문가들의 강연, 전시, 사인회 등 총 415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각계 유명 인사들도 도서전을 찾으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남 양산의 평산책방 책방지기 자격으로 김정숙 여사와 함께 개막 첫날 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산책방 부스에는 관람객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부스를 깜짝 방문한 문 전 대통령은 올해 도서전 주빈국인 프랑스관 등 해외 국가 부스와 더불어 국가보훈부의 김구 전시, 도서전 주제 전시 공간을 둘러봤다.

 

김신록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신록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JTBC) 등으로 인기를 끈 배우 김신록은 지난 27일 뇌과학자 장동선과 함께 인간과 AI를 주제로 대담을 펼쳤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2’에 출연했던 선재스님은 최근 펴낸 신간을 통해 사찰음식에 담긴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북토크를 열었다.

 

또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개미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탐구했다. 베르베르는 “자리가 꽉 찰 정도로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렇게 많이 와주실 줄 몰랐다”며 현장을 가득 메운 열기에 감탄했다. 

 

이외에도 소설가 은희경·김애란·정세랑·박상영 등 유명 작가들의 프로그램도 일찌감치 사전 예약 단계에서 마감됐다. 현장 대기는 물론이고, 예약을 못해 강연장 밖에서 서서 보는 것도 마다치 않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출판계 불황 속에서 도서전의 이례적인 흥행 중심에는 2030 세대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독서를 지적이고 트렌디한 취향으로 소비하는 텍스트 힙(Text-Hip) 문화가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연간 종합 독서율은 38.5%로 집계돼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다. 그러나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는 75.3%로 유일하게 독서율이 올랐다. 

 

실제로 도서전에서 2030 독자들은 작가뿐 아니라 SNS를 통해 인기를 모은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에게도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하며 열광했다. 곳곳에서는 기념사진을 촬영하거나 SNS에 현장 모습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도서전이 책이나 굿즈를 구매하는 행사가 아니라 독서를 좋아하는 이들의 문화와 취향을 공유하는 축제의 장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다. 

 

전통적 의미의 독서가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젊은 독자들에게 독서는 책 밖으로 나아가 공간을 체험하고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일종의 놀이문화로 확대했다. 오픈런도 기꺼이 감내하며 책 축제를 즐기는 독자들의 모습은 책을 읽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찾는 젊은 층의 새로운 독서 풍경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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