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엔 3할 타자들이 북적이고, 뒷문엔 국가대표 마무리가 버틴다. 그런데 승리 공식이 그 사이 ‘7·8회’ 문턱에서 자꾸 멎는다. 프로야구 KT의 고민은 앞과 끝을 잇지 못하는 헐거운 허리에 있다.
27일 기준 KT는 43승1무31패로 3위다. 선두 LG와의 격차는 4경기로 벌어졌고, 2위 삼성에는 0.5경기 뒤져 있다. 뒤에서는 4위 KIA가 3경기 차로 추격 중이다. 위로 치고 올라갈 기회를 놓친 사이 아래의 추격까지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KT는 지난 17일까지 4연승을 달리며 선두 경쟁에 불을 붙였다. 당시 LG와의 격차는 단 1경기였다. 그러나 이후 9경기서 3승6패에 그치며 추격에 제동이 걸렸다. 심지어 ‘퐁당퐁당’에 시달리며 연승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지는 모습들이 닮은꼴이다. 경기 후반을 견디지 못해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승리를 속절없이 흘려보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21일 KIA전에선 6회까지 5-2로 앞섰지만 7, 8회에만 9점을 허용했다. 26일 삼성전에서는 1-0 리드가 7회 8실점과 함께 사라졌고, 이튿날에도 3-2로 앞선 8회 두 점을 내줘 역전패했다.
더 뼈아픈 건 앞서 나갈 힘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KT는 팀 안타 748개로 리그 1위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조정 득점 생산력(wRC+)도 110.2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홈런(53개·9위) 자체는 많지 않아도, 연이은 출루와 안타로 점수를 만드는 응집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현재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타자 15명 가운데 규정타석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3할 타자가 무려 8명이다. 최원준(0.366), 안현민(0.349), 김민혁(0.328), 이정훈(0.327), 허경민(0.313), 권동진(0.306), 김현수, 샘 힐리어드(이상 0.300) 등이 타선을 촘촘하게 채우고 있다.
선발진도 부침 속에서 버틴다. KT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4.47로 키움과 공동 8위지만,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30차례로 리그 4위다. 경기 중반까지 실점을 최소화하는 등 승부를 길게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 경기가 적지 않았다.
결국 아킬레스건은 불펜이다. KT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5.19로 10개 구단 가운데 8위다. 이 부문 리그 평균인 4.81보다도 높다. 마무리 박영현이 평균자책점 2.67로 뒷문을 지키고 있지만, 그 앞을 맡아야 할 셋업맨들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KT에서 7회에 가장 많은 타자를 상대한 투수는 스기모토 코우키(85명)와 손동현(56명), 8회에는 한승혁(111명)과 김민수(47명)다.
대권에 도전하는 팀이라면 한 명씩은 보유한, 마무리 앞에서 7, 8회를 잠글 이른바 ‘엘리트 셋업맨’이 필요할 터. 그러나 냉정하게 현시점까지도 KT엔 이 역할을 믿고 맡길 투수가 또렷하지 않다.
성적표를 보면 아쉬움이 진해진다. 손동현은 평균자책점 4.11로 리그 구원 평균보다는 낫지만, 필승조에 기대되는 안정감엔 다소 못 미친다. 김민수는 5.75, 스기모토는 5.97, 한승혁은 6.68로 더욱 부진하다. 대안으로 떠오른 전용주(4.88)와 이상동(6.97)도 아직 확실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주권(3.27)과 우규민(3.63)이 그나마 힘을 보탠다. 등판 난이도를 끌어올릴 법도 하다. 다만 한 이닝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모습까지 보여준 것은 아니다.
주권은 6월 이후 8경기서 12안타와 2볼넷을, 우규민은 5경기 동안 7안타와 1볼넷을 허용했다. 이 시기 평균자책점은 각각 2.70과 3.38로 준수했지만, 주자를 계속 내보내는 등 등 결과만큼 편안한 과정을 보여주진 못했다.
불펜이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승부처의 중압감은 박영현에게 고스란히 쏠린다.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평균 레버리지 인덱스(gmLI)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닝과 점수 차, 아웃카운트, 주자 상황 등을 종합해 마운드 위 투수가 얼마나 팽팽한 순간에 등판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이 평균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부담이 큰 상황을 자주 맡았다는 뜻이다.
박영현의 경우 2.20에 달한다. 스기모토(1.31), 한승혁(1.28), 손동현(1.20), 김민수(0.84)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KT 뒷문서 가장 무거운 승부처가 박영현에게 집중됐다는 방증이다. 리그 전체로 넓혀도 김재윤(삼성·2.28)과 함께 최상위권에 자리한다.
마무리까지 가는 길이 헐거우니 박영현을 꺼내는 시점도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올 시즌 아웃카운트 4개 이상을 책임진 멀티이닝 등판은 벌써 10차례로 리그 최다다. 이 부문 상위권은 통상 셋업맨이나 롱릴리프의 몫이지만, KT에선 무려 국대 마무리가 그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박영현은 2년 전에도 25차례 멀티이닝을 소화해 김태혁(롯데·개명 전 김상수)과 공동 1위에 올랐다. 물론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서 마무리를 8회부터 투입하는 승부수 자체는 낯설지 않다. 다만 아직 전반기도 끝나지 않은 시점부터 이런 등판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KT가 7, 8회를 안정적으로 넘길 해법을 찾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3일 NC전은 KT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 하루였다. 7-2로 앞선 8회 한승혁이 흔들렸지만,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KT 벤치는 고심 끝에 박영현을 투입하지 않았다. 그 사이 7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재차 점수를 뒤집어 승리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이 감독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요즘 (박)영현이의 등판을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무리하지 말자’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영현을 일찍 꺼내자니 과부하가 걱정되고, 아끼자니 승리를 놓칠 수 있는 KT 불펜의 딜레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7, 8회 퍼즐이 맞춰질 시 KT는 한층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팀이다. 곧 무더위와 함께 순위 싸움도 한층 뜨거워진다. 다행히 올스타 휴식기라는 단비 같은 재정비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마법사 군단이 상위권 경쟁에서 치고 나가기 위한 전제조건, 바로 잇달아 무너지는 허리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