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의 희망을 짊어져 온 스타 플레이어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
늘 선발 명단 한쪽을 지키던 손흥민(LAFC)의 이름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하는 네 번째 월드컵서 마주한 낯선 풍경이다. 두 경기 연속 후반 중반 전에 교체된 데 이어, 32강 진출이 걸린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선발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젠 한 경기 더 뛸 수 있을지조차 손흥민과 대표팀의 손을 떠난 시점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졌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1승2패(승점 3)로 조 3위가 된 한국은 각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행 티켓을 노려야 한다. 남은 조별리그 결과를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
이날 가장 눈에 띈 선택은 손흥민의 선발 제외였다. 2014 브라질 대회부터 이어온 월드컵 12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록도 멈췄다. 체코와의 1차전에서 69분,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57분을 뛴 뒤 교체됐던 그는 남아공전에선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다.
상대 체력이 떨어진 뒤 손흥민의 속도와 침투를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활로를 찾았으나 남아공의 수비벽을 흔들지 못했다. 동점골이 절실했던 한국은 끝내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해외 매체들도 손흥민이 빠진 선발 명단에 일제히 놀라움을 드러냈다. BBC는 “한국이 손흥민 없이 라인업을 꾸린 모습은 다소 기묘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ESPN 역시 홍 감독의 결정을 “충격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하며, 후반에 투입된 손흥민도 한국이 필요로 했던 무승부까지 이끌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홍 감독이 택한 포메이션 속에서 손흥민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며 “최전방 공격수 역할에 묶이면서 경기 관여도가 크게 줄었고,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선 세 차례 월드컵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선명했다. 2014년 알제리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2018년에는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 두 골을 터뜨렸고, 2022년 카타르에선 안와골절을 딛고 마스크를 쓴 채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도우며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번 대회는 달랐다. 세 경기에 모두 출전하고도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두 차례 조기 교체에 이어 최종전 선발 자리까지 내주면서 대표팀 안에서 달라진 위치도 확인해야 했다.
1992년 7월생인 손흥민은 현재 만 33세다. 유럽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2030년 월드컵 때는 만 37세가 된다.
현실적으로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손흥민은 “내가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단정해서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사람들이 어떤 얘기를 하든 자유지만, 내 생각이 중요하다. 내가 잘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두고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꿈의 무대”라고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닐 터. 축구를 넘어, 모든 스포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를 허락하지 않는 이유를 압축한 격언이다. 무엇보다 이대로 네 번째 월드컵 여정을 접기엔 아쉬움이 짙다.
4년 뒤 다섯 번째 대회 출전 여부는 차치하고, 당장은 손흥민에게 이번 대회 네 번째 경기를 뛸 기회가 돌아올지가 먼저다. 나아가 이 귀중한 기회를 잡게 된다면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까지 지워낼 수 있을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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