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한국을 빛내주세요.”
스포츠 선수에게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다. 시작은 부모님이 지어준 개인의 정체성이지만, 수많은 경기와 기록, 기억이 쌓이면서 팬들이 떠올리는 첫 번째 매개체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때때로 인연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종목도, 소속도, 걸어온 길도 다르지만 같은 이름 안에서 새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자신과 같은 이름의 빛나는 선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자부심도, 신선한 자극도 받는다. 마음을 담아 따스한 응원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를 누비고 있다. 12일 체코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게 포문을 연 상황. 19일 멕시코와 중요한 일전을 벌인다. 선수 심정은 선수가 안다고 했던가.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민재’들이 뭉쳤다. 수비수 김민재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앞서 체코전서 철벽같은 수비로 상대 공격진을 꽁꽁 묶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중앙서 스리백 라인을 지휘하며 후방을 지킬 예정이다.
프로야구 내야수 신민재(LG), 전민재(롯데), 프로배구 미들 블로커 김민재(대한항공) 등이 주인공이다.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민재로서, 나아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멋진 활약을 펼쳐주길 기원했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했을지 알기에 부담 대신 힘을 북돋아주려는 모습이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가장 먼저 한 목소리로 컨디션에 대해 당부했다. 전민재는 “좋은 선수들과 다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민재는 유일하게 김민재와 교감을 나눈 경험이 있다.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겨울, 골든글러브 2루수 수상자가 된 후였다. 김민재가 축하 메시지와 더불어 사인, 등번호(3), 이름(MINJAE) 등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했다. 신민재 역시 답례로 유니폼을 보냈다. 해당 영상은 김민재 소속팀 공식 SNS에 공개되기도 했다. 신민재는 “그간 연관이 없었다 보니 신기했다. 유니폼은 라커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뺏어가려는 사람이 진짜 많더라”고 웃었다.
배구 김민재는 아예 성까지 같다. 에피소드도 꽤 많다. 김민재는 “대표팀 경기에 나갔을 때, 한 분이 이름을 물어보시더라. 김민재라고 말씀드리니, 어쩐지 얼굴이 익숙하다며 ‘아들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시더라. 주변 형들이 빵 터졌다”고 웃었다. 어린 시절 축구선수를 꿈꿨을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기에, 김민재를 향한 시선이 더욱 특별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다는 게 정말 부럽다.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모두가 팀 스포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이 하나가 됐을 때 비로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조금 더 감정을 대입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배구 김민재는 “김민재 선수같은 수비수가 있다면 공격수들이 정말 든든하지 않겠나.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바라는 건 딱 하나,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것이다. 신민재는 “월드컵서 좋은 경기력으로, 최대한 오래오래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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