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아(한국)…?”
이젠 눈빛만 스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사진, 그리고 또 사진이다. 스타 플레이어의 이야기가 아니다. 길을 걷는 한국인만 보면 사진 요청이 쏟아진다. 스타의 심정을 1%라도 체험해 보고 싶다면 과감하게 추천한다.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지금 당장 달려오면 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도 멕시코인들의 환대에 미소가 지어진다.
북중미 월드컵 취재를 위해 방문한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의 시간도 어느새 일주일이 됐다. 이국적인 중남미의 멕시코에 온 것 자체도 낮설지만 더욱 놀라운 건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이었다. 특히 월드컵 기념으로 한국 상징 조형물이 설치된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역사 지구에 나가면 10분 이상 가만히 걷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기자도 지난 14일 취재차 방문했다가 1시간 동안 10번 넘게 사진을 찍었다. 혹여나 걱정도 됐다. 내 얼굴이 어디론가 팔리는 것이 아닐까. 그들에게 왜 사진 요청을 하는지 묻자 “개인 소장을 하기 싶어서”라는 평범한 답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호등 앞에 서 있던 자동차 운전자도 창문을 내리고 기자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다. 경기장에서도 예외 없었다. 지난 12일 한국과 체코의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이 열린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한국의 홈 경기장을 방불케 했다. 수천 명의 멕시코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인들이 ‘꼬레아’를 외쳤다. 손흥민, 안정환 등 전현직 스타들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왜 이들은 한국인을 이토록 환대하는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방탄소년단(BTS)과 넷플릭스 드라마 등 K-컨텐츠가 한몫하고 있었다. ‘월드클래스’ 손흥민(LAFC)의 명성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았다. 대학생 이체 바에자 씨는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깨끗하며 예의 바르다”라고 했다. 월드컵 자원 봉사자인 폴리나 씨 역시 “한국을 가보진 못했지만 굉장히 경제와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알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동양인 자체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 이창선 과달라하라 한인회장에 따르면 이곳 교민은 450여명. 실제로 기자 역시 과달라하라에서 취재진을 제외하고 한국인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만 오는 19일에도 멕시코인들의 환대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날이다. 멕시코 축구팬들은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화끈하다. 때로는 열정이 과열이 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까지 한다. 지난 12일 멕시코와 남아공의 개막전이 끝난 뒤에는 멕시코와 남아공 팬이 곳곳에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한국팬들은 직관을 머뭇거리고 있다. 한국이 승리했을 때 팬들에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 과달라하라 교민들도 단 4명 만 직관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멕시코인들은 “그럴 일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에르난데스 씨는 “멕시코가 축구에 대한 열정이 큰 건 맞지만 한국인들은 안전한 것”이라고 했다. 멕시코인들이 사진을 부탁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결과에 상관 없이 웃자.”
과달라하라=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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