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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뿌리 품고, 세계로] 주토피아2, 호퍼스…역대급 흥행 뒤 韓 제작진 있었다

입력 : 2026-05-18 11:23:09 수정 : 2026-05-18 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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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품 속에 생명을 불어넣은 수많은 제작진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디즈니·픽사의 주토피아2와 호퍼스에도 한국인·한국계 제작진의 이름이 새겨졌다. 주토피아2에는 이현민·최영재 애니메이터와 이숙희 세트 익스텐션 슈퍼바이저가 참여했고, 호퍼스에는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와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가 함께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K-콘텐츠의 위상

 

 전 세계에서 K-콘텐츠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흐름은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내부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주토피아2 제작에 참여한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를 직접 언급했다.

 

 이 슈퍼바이저는 “20년 전만 해도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한국인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 우리 회사만 봐도 거의 모든 부서에 최소 1명씩 한국인이 활약하고 있다”며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 자랑스럽고 앞으로 한국인 아티스트들의 역량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창작 인력이 글로벌 스튜디오의 주변부가 아니라, 제작 과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주디와 닉의 매력, 한국 애니메이터의 섬세함으로 완성되다

 

◆주토피아2, 韓 애니메이터의 섬세함으로 완성되다

 

 주토피아2는 명콤비 주디와 닉이 정체불명의 뱀 게리를 쫓아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2025년 공개 후 올해 초까지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흥행한 애니메이션에 등극했다.

 

 이 슈퍼바이저는 1편보다 더 크고 확장된 배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배경, 나이, 인종 등이 모두 다른 700여 명이 함께 작업한 영화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없이 모니터링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수정, 보완한 것이 전 세계 관객에게 어필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흥행의 핵심이 된 주요 캐릭터 제작을 한국인 제작진이 전담한 것으로 알려져 큰 주목을 받았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토끼 주디 캐릭터를 작업하며 눈과 코, 입모양을 오밀조밀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귀여우면서도 강단 있는 주디의 모습을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능청스럽고 여유로운 여우 닉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표정의 미세한 움직임과 얼굴 골격 변화를 섬세하게 조절했다”고 말했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캐릭터의 매력은 이처럼 작은 표정과 움직임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한국 제작진의 참여가 기술 지원에서 끝난 게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과 인상을 결정하는 창작 과정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수자의 경험이 캐릭터로

 

 한국 제작진의 이야기가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작품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주토피아 시리즈는 서로 다른 종과 배경을 가진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그려왔다.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디즈니라는 큰 회사에서 일하며 극 중 주디처럼 소외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며 “한인 여성으로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고 고백했다. 한인 제작진이 소수자로서 겪은 실제 경험과 정체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극 중 소외된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더욱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주토피아2가 말하는 다양성과 공존의 메시지는 실제 제작 현장의 다국적 협업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동양인을 주인공으로…호퍼스 

 

 호퍼스 흥행 성적도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글로벌 누적 흥행 수익 1억 6470만 900달러(한화 약 2459억 4785만 원)다. 이는 202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이다. 

 

 호퍼스에서는 한국계 제작진이 스토리와 장면의 분위기를 책임졌다. 작품은 사람의 의식을 동물 로봇에 담는 호핑 기술을 통해 로봇 비버가 된 소녀 메이블이 동물 세계로 들어가는 애니멀 어드벤처다.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연못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메이블의 모습이 담겼다.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는 작품의 전체 줄거리와 캐릭터 개발에 참여했다. 지역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제리 시장과 이를 막으려는 약자 메이블의 갈등에서 어느 한쪽을 악인으로만 그리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대립보다 공존, 차이보다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는 “제 역할은 스토리 담당이다. 스토리 팀과 영화 대본을 보고 스토리 보드를 그리는 역할로 그림으로 시각화한 촬영 계획표이다. 집 만들기 전에 건축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도 다듬고 아이디어도 골라내면서 영화를 몇 번씩 만들게 된다. 그 작업을 3~4년 동안 하고 프로덕션으로 보내게 된다. 만화책 같지만 영화 포맷으로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는 비버 납치 장면과 숲속 공터 장면 등의 조명을 맡아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이 장면에 녹아들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조 라이팅 아티스트는 “장면에 색을 입히고 빛과 그림자를 담아내는 과정을 맡게 됐다. 대학시절에 경험해 본 작업 방식과 맞닿아 있어 저와 잘 맞더라”고 역할을 설명했다. 과거 할머니와의 추억과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출품했을 정도로 전통문화에 깊은 관심을 둬왔다.

 

 이어 “살아오며 관찰했던 요소들을 애니메이션에 녹였다. 특히 호퍼스의 주인공이 동양인인 만큼 서양 캐릭터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동양적 미감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백인의 경우는 파란 눈동자라면 동양인의 눈동자는 다른 느낌이지 않나. 색과 깊이감을 달리 그려냈다”라고 설명했다.

 

◆화면 뒤에서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

 

 주토피아2와 호퍼스의 한국 제작진은 같은 메시지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제 한국인 창작자들은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완성된 작품을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글로벌 스튜디오의 핵심 제작 과정에 인재들이 직접 참여해 역량을 증명하는 단계로 확장된 것이다. 화면 앞에서 한국 배우들이 글로벌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면 화면 뒤에서는 한국 제작진이 그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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