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심장이 나쁘진 않은데요….”
여유 있게 이기는 경기라 여겼다. 8회 초 7-3까지 달아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8회 말 예상치 못한 그림이 펼쳐졌다. 장현식이 최지훈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고 만 것. 순식간에 분위기가 묘해졌다. 7-7 동점 상황서 공격 기회를 얻었다. 9회 초 박해민이 안타로 물꼬를 튼 가운데 신민재가 2루타, 대타 천성호가 고의 사구로 누상을 채웠다. 1사 만루. 홍창기가 특유의 눈 야구를 선보였다.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8-7 균형을 깼다.
승리를 위해선 아웃카운트 3개를 지워야 했다. 새 마무리 손주영이 마운드에 올랐다. 뒷문으로 자리를 옮긴 지 2경기째다. 7-4 앞설 때에도, 7-7 동점이 됐을 때에도 나가기로 얘기가 됐던 만큼 갑작스러운 등판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은 익숙지 않을 터. 심지어 예기치 못한 위기도 마주했다. 3루수 실책으로 선두타자 안상현을 출루시킨 데 이어 박성한에게까지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1,2루. 흔들리지 않았다. 세 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쳤다.
1점차 아슬아슬한 상황. 그것도 13일 잠실 삼성전 이후 하루 쉬고 나선 경기였다. 지난 몇 년간 선발로만 뛰었던 손주영에겐 다소 낯선 그림이었다. 그래서인지 삼성전때 만큼의 구위가 나오지 않았다. 손주영은 “선발로 계속 던지다가 갑자기 전력으로 20개 던지고 하루 휴식 후 던지는 것 아닌가”라면서 “쌓인 피로를 빠르게 풀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진 않더라. 사람은 또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점점 나아질 거라 본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끄덕였다.
마무리라는 세 글자엔 엄청난 압박감이 숨어 있다. 내 손으로 경기를 매조 짓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셋업맨으로 잘 던지던 투수들도, 9회에 오르면 흔들리기도 한다. ‘체질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 손주영은 “아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느낌은 다르다. 가을야구 때가 너무 짜릿해서 그것까진 아니지만, 마무리만의 짜릿함이 있는 것 같다. 팬 분들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심장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웃었다.
인천=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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