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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의 멘탈 퍼포먼스] 포기를 모르는 선수, 울산 민성우

입력 : 2026-05-16 09:00:00 수정 : 2026-05-15 20: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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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울산웨일즈 제공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울산 민성우를 생각하면 가슴이 울컥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민 선수와는 2020년 1월 겨울, 인하대학교 후문에 위치한 스터디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민 선수는 첫 상담서 대뜸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야구를 그만둔다고요? 그럼 이제 뭐 할 거예요? 이제 중도 포기자가 되는데 괜찮아요?” 필자는 강하게 말했고 민 선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차분한 분위기로 전환한 뒤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많은 시간을 쏟았을 텐데 아깝지 않아요? 지금 야구를 그만두면 나중에 무조건 후회를 할 거예요.” 필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후회 없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선수의 주 호소 문제는 이랬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던 민 선수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하지만 팀 내 2학년과 4학년 포수가 있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포지션을 투수와 지명타자로 변경해야 했다. 포지션을 바꾸면서 기존 투수 선수들과의 관계도 어려워졌다. 민 선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다. 어느 순간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자 사회적 태만이 증가했고 경기력은 점점 감소했다. 그러다 야구를 그만두려고 한 것이다.  

 

사진=민성우 본인 제공
사진=민성우 본인 제공

 

“지금 야구가 잘 안되니까 도망가는 거네요?” 필자는 의도적으로 민 선수를 자극했고, 도움을 줄 테니 야구를 다시 해보자고 설득했다. 민 선수는 고민 끝에 다시 도전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후 주말마다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가장 먼저 신경 쓴 부분은 이전 정보를 모두 지우는 것이었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했다. 차근차근 노력을 쌓아서 준비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상담과 교육이 끝난 뒤엔 인하대 후문에서 주전부리를 같이 하며 친밀도를 높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밀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부정적인 에너지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했다. 민 선수와 함께 하면서 좋았던 점은 성실함이다. 필자는 민 선수에게 책을 선물하고 이를 읽은 뒤 매주 리뷰 챕터를 쓰게 했다. 이 과정은 다양한 심리기술 전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민 선수는 이 과제를 아주 성실하게 수행했다. 매주 A4 용지에 자필로 또박또박 내용을 요약했고 자신의 진심 어린 마음도 종이에 담았다. 이를 읽는 필자는 매번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이를 통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민 선수가 당시 대학교 스포츠심리학 수업에서 학점 A+을 받은 것이다. 민 선수가 멘탈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민 선수는 배운 심리기술 전략을 능동적으로 활용했다. 멘탈 터프니스를 통해 감정, 생각,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실천했고, 목표 설정과 매크로 루틴을 활용하여 좋은 컨디션을 스스로 만들었다. 경기장에 도착해서는 에너지 수준 관리와 통제가능성 구분을 통해 높은 집중력을 유지했다. 타석에선 결과를 내려놓고 과정 목표에 집중하며 최대한 몸에 힘을 뺐다. 수비할 땐 과정 단서에만 집중했다. 실수를 최소화했다. 좋지 못한 감정이 들 때에는 자기암시를 통해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민 선수는 배운 심리기술 전략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했고 이러한 과정은 확실한 승리 공식 ‘멘탈 플랜’을 만들게 된다. 

 

올바른 마인드셋이 형성되자 노력도 효과적으로 하게 됐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 시기엔 장점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은 저의 단점이 잘 보이지 않게 만들어줬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노력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경기 출전 기회도 늘어났다. 타율 성적도 상당히 좋았다. “그동안 멘탈이 약해 여러 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면 이 시기엔 그것들이 다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민 선수는 경기력이 올라오자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민 선수는 대학교 졸업 후 롯데자이언츠에 입단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야구를 그만둔다고 했던 이가 프로 선수가 된 것이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확실히 달랐다.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타율 0.281, 3홈런 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6 등을 기록했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1군에서 훈련도 같이 했다. “실수를 해도 뻔뻔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심리 교육 자료를 매일 보면서 심기일전을 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만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쉽게도 6월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신인의 열정과 패기가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완급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간과했다. “프로 1년 차의 아쉬움은 없는 것 같아요. 저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시즌이거든요.” 

 

민 선수는 한 시즌을 마치고 공익근무 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한다. 부산 온천 1동 행동 복지센터에서 근무를 했다. 운동을 놓진 않았다. 새벽엔 집 앞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했고 저녁에는 박헌도 아카데미에서 몸을 풀었다. 목표는 명확했다. 다시 롯데에 돌아가서 재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군 제대 6개월을 남겨놓고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2024년 9월 추석 당일이었다. 롯데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당시 엄청 울었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TV를 끄면 꺼지는 것처럼 제 인생이 로그아웃된 것 같았어요.”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추석 연휴 이후 부산에 복귀했지만 마음은 심란했다. 심지어 부산 집은 사직구장 바로 앞이었다. 그 시기에 비 또한 유독 많이 내렸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민 선수는 사직 보조경기장 트랙을 뛰며 몸을 풀고 있었다. 우연히 롯데 1군 매니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깜짝 제안을 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볼펜 포수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민 선수는 당장 선수로 뛸 순 없지만 좋은 환경에서 몸을 만들 수 있는, 롯데 투수들의 공을 받아 주는 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 지인들이 극구 말렸다. 자신을 방출시킨 팀에서 불펜 포수를 한다는 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민 선수는 말했다. “제가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자존심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음 날 바로 답변이 왔다.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볼펜 포수로 합류해도 좋다는 연락이었다. 민 선수는 이 시기에 인내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스스로 동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나도 다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다짐했어요.” 민 선수는 경기나 훈련을 할 때 옆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는 일을 주로 했다. 일정이 마무리되면 실내 구장에서 수비 훈련과 타격훈련을 진행했고 주변 코치님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인내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경기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야구만 생각하고 싶었다. 볼펜 포수를 하는 동안 외로움과 공허함을 수도 없이 마주했지만 이를 잘 관리했다.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사진=울산웨일즈 제공

 

민 선수는 이후 플랜을 독립구단 ‘화성 코리요’로 정하게 된다. 계획이 바뀌었다. 1월 갑자기 울산 웨일즈 테스트 공고가 올라온 것. 이에 참여했다. 포수의 경우 23명의 쟁쟁한 선수들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2명을 선발하는 과정이었는데 여기에 민 선수가 합격하게 된다. “잘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볼펜 포수 시절에 수집한 다양한 정보가 큰 도움이 됐어요. 코치님들이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피드백 내용을 노트에 잘 기록해 두었는데 테스트 전에 이를 수시로 보고 인지했어요.” 민 선수는 합격자 발표를 확인한 후 차 안에서 오열했다. 이제 훈련 보조 민성우가 아니라 선수 민성우로 야구장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민 선수는 현재 울산 웨일즈 선수로 활동 중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유소년 야구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이 된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무언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면 선수 생활을 그만두려는 이들이 아주 많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인데 말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이상우 대표는...

 

△멘탈 퍼포먼스 대표 △스포츠심리학 박사 △K리그 FC서울, FC안양 선수 △젠지e스포츠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전남드래곤즈 프로축구단 심리기술훈련 특강(2026) △인천광역시 스포츠과학센터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리더십 특강(2026) △양평FC 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인천유나이티드 U15 광성중, U18 대건고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서울 풋볼A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의정부광동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서울공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논산시티FC U15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평창유나이티드FC U15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경기모션FC U15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서울노원RFC U12 심리기술훈련 지원(2026) △서울양강초등학교 U12 심리기술훈련 특강(2026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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