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진영이 주말 밤 안방극장에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박진영은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조선총독부의 엘리트 통역관이자 조선인 출신인 사토 히데오(김태웅) 역을 맡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100일의 거짓말'은 밀정이 된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와 조선총독부 엘리트 통역관이 써 내려 가는 첩보 로맨스다. 전작에서 어린 시절 첫사랑과의 재회를 그렸던 박진영은 이번엔 무대를 경성으로 옮겨 시대극 속 운명적인 로맨스를 펼친다.
사토 히데오가 눈길을 끄는 건 복잡한 캐릭터 설정 때문이다. 히데오는 김태웅과 사토 히데오라는 두 개의 이름을 지녔다. 한 사람 안에 서로 다른 이름과 배경을 품고 살아가는 셈이다.
히데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인생이 뒤바뀐 인물이다. 누군가에겐 부러운 인생일 수 있지만, 정작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 앞에서 혼란을 겪는다. 박진영은 이 혼란을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감정을 숨기며 연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화에서 여전히 아버지에게 버려질까 두려워 울부짖는 히데오의 상상 장면은, 혼란스럽지만 결코 이를 드러낼 수 없는 인물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언어 역시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100일의 거짓말’ 속 인물들이 쓰는 언어에는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깨너머로 배운 가경의 생존형 영어와 일어, 조선계 미국인 유필립(이무생)의 조금은 과장된듯한 영어, 사토 신이치의 각 잡힌 일어 등 다양한 언어가 오간다.
그리고 히데오다. 정무총감의 양자이자 조선총독부의 신임 통역관인 그는 영어, 일어, 조선어에 모두 능통하다. 유창한 언어 실력은 히데오가 살아온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앞서 박진영은 “외국어 연기는 처음이라 연습밖에 답이 없었다”며 “머리가 외운다기보다는 입이 외운다고 할 정도로 연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실수가 나와서 긴장하며 끝까지 연습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은 올해로 데뷔 15년 차를 맞은 박진영의 성실함을 보여준다. 2012년 드라마 ‘드림하이2’로 데뷔한 박진영은 ‘연기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푸른 바다의 전설’,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에서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극의 도입부를 책임졌다면 ‘악마판사’,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군 복무 후에는 배우로서의 도약이 더욱 두드러졌다. ‘마녀’를 시작으로 호평 속에 막을 내린 ‘미지의 서울’, 첫 악역에 도전한 영화 ‘하이파이브’까지 극과 극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박진영은 유독 로맨스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유미의 세포들’ 유바비, ‘미지의 서울’ 이호수 등 진한 여운을 남긴 캐릭터 이름이 여전히 회자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100일의 거짓말’도 예외는 아니다. 유소란(김현주)과 유필립(이무생)이 아련한 어른의 멜로를 쌓는다면, 박진영과 김유정(이가경·금서희 역)은 간질간질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청춘 로맨스를 그려간다.
오랜 시간 감정을 숨기며 살아온 히데오지만 금서희 앞에만 서면 진심이 불쑥 튀어나온다. 금서희가 거짓말에 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좋아해요”라는 그녀의 고백에 동공이 흔들린다. 숨길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츤데레 면모는 시청자를 웃음 짓게 한다. 발목을 다친 금서희를 의원에 데려가는 장면부터 유필립을 불륜남으로 오해해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순간까지 모두 웃음 포인트다.
이처럼 박진영은 직업과 신분, 첩보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설정 속에서 상대역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서사를 풀어갈 ‘100일의 거짓말’에서 보여줄 박진영의 변화무쌍한 활약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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