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앞에만 서면 홈플레이트가 유난히 멀었다. 오죽했으면 한 점을 쥐어짜는 야구까지 꺼냈을까.
아시안게임(AG) 5연패를 완성한 한국은 KBO리그 홈런 선두 김도영(KIA)을 비롯해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을 대거 데려가고도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꾸린 일본과 두 경기 동안 3점(18이닝)밖에 내지 못했다. 특히 결승에선 번트 카드를 잇달아 꺼내며 돌파구를 찾았다. 그러나 효과도 신통치 않았고, 도리어 경기 막판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금메달은 챙겼지만 체면을 재차 구겼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7일 일본 도요하시 시민구장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G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었다.
이 가운데 열 번이 넘는 출루를 성공해 홈을 밟은 건 세 차례뿐이었다. 이틀 전 슈퍼라운드에서 0-5로 완패한 데 이어 또 한 번 공격에서 애를 먹었다. 이번 대회 나머지 4경기서만 45점을 쓸어 담았던 화력과는 딴판이었다.
당초 한 점을 가까스로 짜내야 하는 전력은 아니었을 터. 대표팀 야수 1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7명이 올 시즌 두 자릿수 홈런과 리그 평균(0.404)을 웃도는 장타율을 올린 뒤 합류한 바 있다.
여기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김도영은 40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에 빛난다. 이 대회만 놓고 봐도 한국은 타율 0.335, 장타율 0.518로 두 부문 모두 참가국 1위였다.
그런 방망이가 일본만 만나면 무뎌졌다. 결승에 앞서 치른 슈퍼라운드에선 이른바 ‘도요하시 쇼크’ 수모까지 겪었다. 당시 무사에 주자를 내보낸 적조차 없었고, 세 차례 맞은 1사 1루에서는 모두 강공을 택했지만 병살타로 흐름이 끊겼다.
벤치도 근심 가득할 법했다. 이틀 뒤 치른 결승에선 확 달라진 접근법을 꺼내 들었다. 출루만 나오면 특정 타자에 국한되지 않는 등 번트 시도가 곳곳에서 나온 것. 타석서 번트 자세를 잡거나 실제로 공에 갖다 댄 장면만 10차례다. 실제 시도는 7차례였고, 희생번트도 여럿 나왔다. 한국이 이번 대회 6경기에서 기록한 희생번트 4개 가운데 3개가 결승 한 경기에 몰렸을 정도다.
그렇다고 작전이 효율적으로 통한 것은 아니었다. 악천후 여파는 물론, 거듭된 빈공에 선수들도 경직된 모양새였다. 3회 무사 1, 2루서 직전 타석에서 2루타를 때린 윤동희(롯데)에게 번트를 맡겼다가 선행주자가 잡혔다.
6회 선두타자 문현빈(한화)의 안타 뒤 김지찬(삼성)의 번트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끝났고, 이어 조형우(SSG)의 런앤히트까지 실패했다. 무사 1루에서 아웃카운트만 두 개가 늘어난 장면이다.
무엇보다 이날 희생번트로 진루한 주자가 홈까지 들어온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리어 강공 전환이 쏠쏠한 재미로 이어졌다. 2회 번트에 실패한 뒤 적시타를 쳤고, 6회와 9회에도 번트 동작 이후 안타를 만든 문현빈이 대표적이다. 김지찬도 8회 세이프티번트 자세를 취한 뒤 2루타를 날렸다.
류지현호는 천신만고 끝에 정상을 지켰다. 그러나 12안타와 5볼넷에도 잔루 16개를 남긴 결승전 내용이 결코 개운치 않다. 5연패의 환희 속에서도 고구마를 한꺼번에 삼킨 듯했던 일본전의 답답함은 되짚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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