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은채가 ‘재벌X형사2’의 든든한 히로인으로 활약했다. 홀로 합류한 세계관의 부담도 잠시, 강력1팀 팀원들의 훈훈한 팀워크에 서서히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2’는 재력으로 판을 뒤집는 재벌형사 진이수(안보현)와 새 팀장 주혜라(정은채)의 사이다 공조 수사극을 그렸다. 2024년 인기리에 종영한 시즌1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로 돌아와 최고 시청률은 11.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막을 내렸다.
안보현·박지현 주연의 시즌1에 이어 새로운 캐릭터로 정은채가 합류해 안보현과 호흡을 맞췄다. 정은채는 22일 “촬영이 끝난 직후에 방송을 시작해서 아직 현장감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종영이 실감나지 않지만, 작품을 보낼 시기가 온 것 같아 여러가지 마음이 든다”라는 시원섭섭한 종영 소감을 밝혔다.
◆든든한 안보현 믿고…‘재벌X형사2’의 매력
재벌X형사2의 독특한 장르적 특성이 출연을 결심하게 했다. 정은채는 “전작 ‘아너: 그녀들의 법정’을 촬영하던 중에 대본을 받았다. 완전히 다른 색채, 다른 세계관의 작품이라 어떤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지 흥미롭게 다가왔다. 처음 시도해 보는 장르적 요소가 많았다”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배우와 제작진들의 배려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지난 시즌을 통해 합을 맞추며 서로를 깊게 알아온 구성원들은 정은채가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중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안보현은 두 시즌에 걸쳐 ‘재벌X형사’의 든든한 중심이 됐다. 시리즈의 정세성이자 무게감을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정은채는 “오히려 진이수가 튈수록 좋았다. 그래야 다른 캐릭터의 매력도 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신뢰하며 발전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지점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현장에서도 진이수 그 자체였다. 그는 “좋은 리더로서 현장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다. 파트너로서 고마웠다”고 했다. 사건을 둘러싼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았다. 찰나의 매력적인 포인트들을 잡아내야 했기에 유연함과 능숙함이 필요한 캐릭터였다. 이런 진이수 캐릭터를 통해 배울 점도 많았다고. 정은채는 “메이킹을 보면 내가 계속 웃고 있더라. 왜 저렇게 웃고있지 싶을 정도로 재밌고 따듯한 현장이었다”라고 돌이켰다.
사랑이 넘치는 강력1팀이었지만 진이수와 주혜라만은 꿋꿋하게 업무에 매진했다.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의지했지만, 그 감정이 이성적으로 진전되진 않았다. 정은채는 “상하로 시작해서 평행의 관계로 발전 되는 마무리가 담백해서 재밌었다. 은은한 케미스트리가 더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문에는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그때그때 주고받는 리액션이 둘의 관계성으로 포착되어 나오더라. 재밌는 장면이라고 생각했고, 보현 씨가 잘 표현해줘서 둘의 관계가 더 잘 살 수 있었다”라고 공을 돌렸다.
◆‘형사’ 주혜라 만들기
OCN ‘손 더 게스트’(2018) 이후 오랜만에 형사 역에 도전했다. 당시 팀의 막내로 맨몸 액션을 도맡았다면, 이번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형사1팀의 팀장 역을 맡았다. 성숙하면서도 냉철하고 이성적인 캐릭터였다. 정은채는 “형사 역을 맡고 나니 그 시절 내가 어떻게 연기했었는지가 떠오르더라. 액션신을 찍을 때는 체력적으로 힘들긴 한데 너무 재밌엇다. 카메라에 포착되는 순간 순간의 모습 중에는 평소에 드러나지 않는 모습들이 담겨 더 흥미로웠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시즌2의 메인 빌런 유성원(유승호)을 잡기 위한 주혜라의 끈질긴 추격전도 막을 내렸다. 최종회에서 주혜라와 진이수는 완벽한 함정을 파 유승원의 자백을 받아냈다. 안타까운 죽음들을 대신해 유승원에게 주먹을 날리는 주혜라의 분노는 화면 밖으로도 전해졌다. 정은채는 이 장면을 언급하며 “(주혜라가) 다른 사건들을 대할 때랑 유성원을 대할 때의 감정의 온도차가 있다. 마지막 액션신은 오랜 시간 응축되어 있는 응어리를 푸는 신이자 서로의 민낯, 감춰왔던 욕망을 드러내는 신이라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상대역 유승호에 대해 “조금도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힘을 조절하며 찍었다. 액션신은 주고 받는 게 중요한데, 상대도 너무 능숙하게 받아줘서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정은채가 시즌2에 합류해 현장에서 받았던 배려들은 특별출연으로 힘을 실어준 유승호에게도 전해졌다.
주혜라는 능청스럽고 여유 만만하지만, 누구보다 날카로운 수사 본능을 지닌 베테랑으로 소개된다.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 업무를 제외한 주혜라의 일상조차 비춰지지 않았다. 인물의 외적인 부분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묻자 그는 “업무 이외의 모습은 최대한 안 보이게 해 인물의 느낌을 더 살리고자 했다. 사복은 무채색에 가깝게 일관된 편이었다. 분장도 큰 변화 없이 인물의 감정이나 눈빛이 우선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첫 등장신은 그런 주혜라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장면이었다. 제복이나 무장 의상을 입는 자체로 인물이 설명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는 “처음 입어보니 낯설 거라 생각했는데,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의상도 너무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연기할 때 참고하는 인물은 대체로 없다. 스테레오 타입의 연기를 최대한 하고 싶지 않아 참고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본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는 편이다. 그렇게 내 안에서 캐릭터에 가까운 면을 찾아간다”고 소신을 밝혔다.
◆“멜로 하고 싶어요” 정은채의 바람
정은채는 tvN ‘정년이’, ENA ‘아너 : 그녀들의 법정’에 이어 ‘재벌X형사2’까지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 ‘멋쁨(멋지고 예쁜)’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비슷한 작품 제안이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선망하며 배울 점이 있는 캐릭터가 나의 추구미인 듯 하다. 캐릭터를 깊게 생각하고 나로 받아들이면서 닮아가는 부분도 있고 배움을 얻는 순간도 있다는 점이 재밌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X형사2’의 주혜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단단하고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면모들이 비춰지더라. 내게도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 대한 신뢰와 전적인 지지를 할수있는 포용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더 진정성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반복되는 이미지가 신경 쓰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멋진 여성상이 있다면, 여성으로서 그릴 수 있는 또 다른 그림도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정은채는 “이미지의 반복이나 답습이 흥미롭지는 않다. 새로운 시도를 위한 용기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간 장르물을 중심으로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정은채는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 나를 던져보는 장르는 많이 해본 것 같다. 이제 시간에 대한 이야기,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연기해보고 싶다. 지금의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이 시기의 역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특히 멜로 장르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로맨스, 멜로 장르를 안 해 봤다. 아직 끈을 놓지 않고 있는데 (제안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해야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다만 장르물의 부흥으로 과거에 비해 멜로 장르가 환영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사랑 이야기를 좋아했다. 요즘엔 멜로 장르가 많지 않아 아쉽지만,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종영 인터뷰로 ‘재벌X형사2’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날 정은채는 극 중 황씨 아저씨로 출연해 유성원(유승호)와의 기묘한 관계를 그려낸 김재록의 종영 소감을 언급했다. 김재록은 “젊디젊은 현장에서 ‘평온한 열정’을 배웠다. 보통 열정은 젊음의 것이고 평온은 늙음의 것이지만 이 현장의 젊음들은 두 개를 똑같이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평온하고 다정하고 열정적인 젊음들과 함께한 작품이 훌륭하게 완성되지 않는 일은 이 지구상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을 것이다. 함께해서 더없이 기뻤고, 고마웠다”고 썼다.
글귀를 떠올리던 정은채는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길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내가 놓친 게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면서 (김재록 배우의) 종영 소감을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더라. 그 글이 모든 걸 이야기 해준다는 생각이 든다”며 “더이상 붙일 게 없다. 그런 현장 속에 있을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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