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납치범을 때려잡았던 꽈배기집 사장 미영이 6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엔 하늘이 아니라 바다다. 초호화 크루즈에 올라탄 순간부터 미영(엄정화)의 평화로운 휴가는 끝난다. 총을 든 범죄조직이 배를 장악하고, 전직 요원의 본능도 다시 깨어난다.
지난 12일 개봉한 ‘오케이 마담2’는 크루즈 여행을 떠난 미영의 가족이 바다 한복판에서 납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이다. 2020년 122만 관객을 동원한 ‘오케이 마담’ 이후 6년 만의 속편이다. 엄정화·박성웅·이상윤·배정남 등 원년 멤버에 최수영·박진주·려운이 합류했다.
◆홍콩에 양자경 있다면 한국엔 엄정화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엄정화다. 미영은 초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장사는 마음대로 되지 않고, 백수 남편과 사춘기 딸까지 챙겨야 하는 생활력 강한 엄마다. 하지만 위험이 닥치는 순간 몸부터 움직인다.
카메라가 뒤로 물러날수록 엄정화의 진가가 드러난다. 배우의 전신을 고스란히 담는 풀샷에서도 액션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화면에 들어온 엄정화가 뛰고, 돌고,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이 그대로 보인다.
천을 휘감고 몸을 회전하며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은 한 편의 춤처럼 유려하다. 반대로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치는 근접전에서는 타격감이 묵직하다.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몸을 사용해 온 배우 특유의 리듬이 액션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홍콩 액션영화에 양자경이 있다면 한국에는 엄정화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다. 오랜 시간 자신의 몸을 단련하고 표현해 온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노련한 액션이다.
엄정화는 실제로 1편보다 액션 장면이 늘었다며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액션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철하 감독 역시 엄정화의 액션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여자 톰 크루즈’에 빗댔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액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비행기에서 크루즈로…판 커지니 액션도 커졌다
속편답게 무대도 확 넓어졌다. 전편이 비행기 좌석과 좁은 통로를 이용한 밀폐형 액션이었다면 2편에서는 12층, 길이 183m 규모의 실제 운항 크루즈가 거대한 액션 무대로 변한다. 제작진은 세트가 아닌 실제 크루즈선에서 촬영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액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객실과 공연장, 갑판 등 장소가 바뀔 때마다 싸움의 방식도 달라진다. 무엇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여름 영화다운 시원함이 있다. 화려한 크루즈의 풍경과 몸과 몸이 부딪치는 육탄전의 대비도 볼만 하다.
최수영이 연기한 범죄조직 리더 안야와 미영이 정면으로 맞붙을 때 영화의 에너지는 정점을 찍는다. 누군가에게 구출되는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두 여성을 각각 가장 강력한 적으로 세웠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수와 배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두 사람의 이력이 겹쳐지며 극중 기싸움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웃기고 때리고 또 웃긴다…가벼워서 좋은 여름영화
액션만큼 중요한 한 축은 역시 코미디다. 미영이 주먹을 책임진다면 주변 인물들은 웃음을 나눠 갖는다. 전직 국정원 요원이라는 과거가 무색하게 허당미를 뽐내는 남편 석환(박성웅)은 크루즈 사수에 누구보다 진심인 선아(박진주)와 엉뚱한 공조로 웃음을 자아낸다. ‘억울표정 충무로 1등’ 배정남은 범죄조직 보스에게 사랑에 빠진 새신랑 현민 역으로, 려운은 미영과 뜻밖의 호흡을 만들어내는 마술사 지훈으로 분해 액션 사이사이에 코믹 틈을 만든다. 영화 내내 웃음 잽을 날리는 모습이다.
6년 만에 다시 뭉친 원년 멤버들의 익숙한 호흡도 장점이다. 여기에 새 얼굴들이 들어오면서 전편을 반복하는 대신 새로운 관계에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웃음과 액션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다 보니 좀처럼 벌어질 법하지 않은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코미디의 속도를 위해 감정을 빠르게 건너뛰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오케이 마담2’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지 않는다. 쉽고, 빠르고, 웃기다. 현실성보다 영화적 쾌감을 택한 이 뻔뻔함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엄정화라는 배우가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붙잡는다. 생활 코미디에서는 친근하고, 가족을 지킬 때는 뜨거우며, 적을 마주하면 거침없다. ‘오케이 마담2’가 발견한 것은 새로운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오래 있었던 액션 배우 엄정화인지도 모른다.
거창한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다. 웃고, 때리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난다. 개봉 직후부터 비수도권 점유율 평균 50%를 기록하더니, 4050에서 피어난 입소문이 2030 여성 관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더운 여름, 두 시간쯤 현실을 잊고 싶다면 꽤 괜찮은 승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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