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나이 마흔을 맞이한 1987년생이자 스무 살부터 자취 중인 미혼 남성인 동시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산업부의 유통팀 소속 기자의 최근 영수증을 통해 트렌드를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여름을 싫어한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짜증이 늘어나는 계절. 열어놓은 창문으로 각종 벌레가 날아드는 계절. 많은 것이 쉽게 부패하는 계절.
그렇다고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여름만 건너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싫다 싫다’ 해봐야 더 싫어지기만 하니 여름이라 좋은 것을 의식적으로 찾아가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수박주스다. 그 시원하고 달달한 것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면 여름도 견딜 법한 계절이 된다.
수박도 아니고 왜 수박주스냐고 물어본다면, 언젠가 대형마트에서 수박 반 통을 사왔는데 혼자 먹으니 숟가락으로 퍼먹는 행위가 어쩐지 서글픈데다 씨앗과 껍질 뒤처리에도 손이 많이 갔다. 수박주스의 1인 친화적이면서 간편한 특성을 체감한 뒤 여름이면 여러 카페를 돌았다. 그러면서 수박주스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라 생 수박, 냉동 수박, 수박 착즙액 등 원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최근 서울 등 전국 각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되는 등 올여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수박주스 지출도 늘어난다. 지난 10일 거리를 걷던 중 고창 생 수박으로 만들었다는 수박주스 광고 플래카드에 이끌려 폴바셋 매장을 찾았다. 수박 원산지를 내건 곳은 처음 봐서 더 경험해보고 싶었다.
설탕 시럽을 뺀 그랜드(460㎖) 사이즈로 주문을 한 뒤 매장 직원이 수박을 믹서기로 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곧 선명한 붉은색의 음료가 나왔다. 각얼음이 아닌 살얼음이라 좋았다. 시원함이 더 드라마틱하고, 각얼음이 빠진 공간만큼 수박주스가 더 들어갔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설탕 시럽을 뺐으니 달콤함은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대신 건강을 챙겼다는 뿌듯함이 자리 잡는다. 사실 시럽을 빼도 충분히 달달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각얼음 뺀 그랜드 사이즈인데도 금세 다 마셔버렸다.
왜 고창 수박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나라가 인정한 수박이었다. 정부는 1999년부터 특정 지역의 기후나 토양 등 자연환경이 농산물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심의·인증하는 ‘지리적 표시제’를 시행 중인데 그 중 하나가 고창 수박이었다.
긴 일조시간, 온난한 기온, 배수성이 우수한 토양 등 수박 재배에 최적화된 전북 고창 땅의 특성이 남다른 품질의 수박을 키운다는 점이 2024년 9월 지리적 표시제 제 116호 등록을 통해 국가 공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폴바셋은 이미 2020년부터 고창군과 손잡고 고창 수박주스를 판매 중이라고 하니 그 선견지명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수박하면 떠오르는 곳은 광주다. 무등산 수박 얘기를 자주 들은 터라 광주에 가면 꼭 먹어 보고 싶었는데 로컬 친구들이 입을 모아 왈, 한 통에 10만원 이상이라 자기들도 먹어본 적이 없단다. 그 뒤로 무등산 수박 먹어보기가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됐다.
여전히 무등산 수박을 쿨하게 사먹을 지갑 형편이 아니라 수시로 ‘무등산 수박주스’를 검색해보곤 한다. 이번 여름도 아직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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