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외야를 넘어 담장 밖으로 날아간 타구와 전광판에 찍힌 강속구, 웃음을 가득 가져온 세리머니까지. 프로야구의 내일을 책임질 별들이 잠실의 여름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번뜩였다.
남부 올스타(KT, NC, 롯데, 삼성, KIA, 울산)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26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홈런 두 방을 앞세워 북부 올스타(한화, LG, SSG, 두산, 고양, 상무)를 4-0으로 꺾었다. 마운드 역시 북부 타선을 단 4개의 안타로만 묶어내며 영봉승을 완성했다.
이번 올스타전에선 북부리그와 남부리그서 각각 24명씩 총 48명이 출전했다. 2022년 이후 입단한 5년 차 이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올해 퓨처스리그에 합류한 막내 울산 웨일즈도 처음으로 별들의 잔치에 참가했다.
경기 시작부터 선수들의 개성 넘치는 등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부 선발 박지훈(KT)은 동명이인 배우의 출연작 ‘왕과 사는 남자’에서 착안해 상투와 도포 차림으로 마운드에 올라 활을 쏘는 동작을 선보였다.
이름을 활용한 재치도 이뿐만이 아니다. 투수 이도우(SSG)는 피자 모자와 망토를 두른 ‘인간 피자’로 변신한 뒤 마운드에서 피자를 맛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조민영(롯데)은 ‘SON 7’이 새겨진 유니폼과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장해 한국 최고 축구 스타인 손흥민(LAFC)의 득점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엄준현(KIA)은 짙은 화장과 화려한 복장으로 꾸민 갸루 콘셉트에 파라파라 춤까지 더해 관중의 호응을 끌어냈다. 앞서 1990~200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이른바 ‘갸루’를 본뜬 것. ‘걸(Girl)’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갸루는 짙은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개성을 드러낸 문화로 통한다. 최근 국내에선 아이돌 그룹의 숏폼 영상을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키움 소속으로 상무서 군 복무 중인 고영우는 전투복 차림으로 타석과 수비에 나섰고, 포복 뒤 수류탄을 던지는 듯한 동작으로 군인 신분이라는 점을 유쾌하게 활용했다. 첫 올스타전을 맞은 울산 선수단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국인 투수 나가 타이세이가 등판할 때 선수단이 함께 현수막을 들고 마운드까지 입장하며 특별한 첫걸음을 기념했다.
압권의 장면은 따로 있었다. 내야수 박종혁(KIA)은 7회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연상시키는 항공점퍼 차림으로 나타나 주심을 맡은 허정수 심판에게 꽃을 건넸다. 190㎝의 훤칠한 체격과 어우러진 이 장면을 지켜본 관중석에선 탄성이 터졌을 정도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구장 잠실이지만, 야구의 꽃인 ‘홈런’이 활짝 피었다. 남부의 함수호(삼성)가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도우의 5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짜리 선제 솔로포였다.
4회엔 공룡 군단의 새싹이 포효했다. 신재인(NC)이 1사 2루서 조원태(LG)의 시속 148㎞ 높은 직구를 공략해 왼쪽 담장 밖으로 보냈다. 비거리 110m의 투런포로 점수는 순식간에 3-0이 됐다. 남부는 5회에도 한 점을 보태 승기를 굳혔다.
각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들의 묵직한 공도 잠실을 달궜다. 북부 선발 강건우(한화)는 1⅓이닝 동안 최고 시속 147㎞ 직구를 앞세워 안타와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고 삼진 2개를 잡았다.
변건우(SSG)와 김백산(삼성)은 149㎞까지 마크했다. 이도우와 손힘찬(키움), 최예한(삼성)은 최고 148㎞를 기록했다. 권우준(LG)과 이영재(롯데)의 공은 150㎞까지 치솟았다.
우완 파이어볼러 원종혁(한화)은 8회 등판에 앞서 “최고 구속 158㎞, 오늘 160 찍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1사 1, 3루 위기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평균 151, 최고 152㎞의 빠른 공을 앞세워 병살타를 끌어내며 이닝을 끝냈다.
경기 뒤 최우수선수(MVP)에는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및 결승타를 써낸 함수호가 이름을 올렸다. 감투상에는 강건우, 우수 투수상에는 나가, 우수 타자상에는 신재인이 선정됐다. 현장 팬 투표를 통해 가려진 베스트 퍼포먼스상의 주인공은 엄준현이었다.
우승한 남부에는 상금 1000만원이 돌아갔다. 더불어 MVP의 영예를 누린 함수호는 200만원, 나머지 개인상 수상자들은 각각 상금 100만원과 트로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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