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또래보다 목을 가누고, 뒤집고, 앉고, 서고, 걷는 시기가 늦어지면 부모님은 걱정부터 앞선다. 눈맞춤이 부족하고 말이 늦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예전에는 그런 것 모르고도 잘 컸다”는 주변의 말에 기대어 기다리다 보면, 정작 필요한 평가와 개입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아 재활은 질환이나 사고 등으로 발달 지연과 기능 저하가 있는 아동에게 연령에 맞는 발달과 기능 회복을 돕는 분야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를 키우면서 소아 재활의학과 평가가 필요한 순간들은 언제일까.
박호은 부산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에 따르면, 소아 재활의 영역은 신생아기에서부터 청소년기까지, 나아가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시기적으로 다양하다.
또한 두상 변형이나 사경 등 조기에 진단해 단기간에 호전될 수 있는 비교적 경증 상태부터 발달지연, 뇌성마비, 신경근육질환 등 중증 장애 아동에 대한 진료까지 범위도 넓다.
박 과장은 “소아 재활은 한 번의 진료나 검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성장과 발달 단계에서 변화를 함께 보는 과정”이라며 “아동의 성장과 발달이 일반적이지 않거나, 무언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고개 한쪽으로 기울이는 아이… 사경·두상 변형 신호일 수도
신생아기와 영아기에는 보호자가 비교적 일찍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고개를 한쪽으로만 돌리거나 기울이는 사경이 있다. 사두증, 단두증, 장두증처럼 머리 모양이 변형되는 경우도 보호자가 확인할 수 있는 신호다.
이들 증상은 정도가 가벼우면 미관상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변형이 심한 경우 척추측만증, 안면 비대칭, 턱관절 이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이런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올바른 자세 관리 방법을 교육받고 치료하면 비교적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다. 미관상으로도 균형 잡힌 두상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숙아·저체중아, 초기 발달 평가가 치료 시기 앞당긴다
미숙아 또는 저체중아로 태어났거나, 주산기 뇌손상 등의 과거력이 있는 아동은 신생아실에 있을 때부터 또는 퇴원 직후부터 전반적인 발달 상태를 점검받는 것이 좋다.
정상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원시 반사가 오래 지속되거나 저긴장, 과긴장 등 비정상적인 근긴장도를 보이면 발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뇌성마비, 염색체 및 유전자 이상 질환, 대사질환에 의한 발달지연을 보이는 아동 역시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유아기 발달지연, 빠른 재활치료가 예후 좌우
유아기에는 발달지연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동이 정상 발달을 보이다가도 어느 시점에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연령에 맞는 발달 이정표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영유아건강검진을 통해 발달선별검사가 이뤄지고, 발달지연이 의심되는 결과를 받으면 소아 재활의학과 진료로 이어진다. 이후 발달정밀검사를 통해 대운동, 소근육운동, 인지, 언어, 사회성 등 각 발달 영역의 수준을 확인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운동치료, 작업치료, 감각통합치료, 언어치료 등 개별화된 치료가 제공될 수 있다. 유아기는 뇌 발달이 매우 빠르고 변화에 민감한 시기인 만큼 조기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학령기 보행 이상·청소년기 척추측만증도 재활 평가 대상
학령 전기 및 학령기 아동은 평발 등의 족부 이상, 안짱걸음, X자 다리 등 하지 부정렬 증후군 증상으로 소아 재활의학과를 찾는 경우가 있다.
박호은 과장은 “평발의 경우 유연성 평발이 흔하고, 걸음걸이 이상을 보이는 아동의 상당수에서 평발이 동반되기도 한다”며 “평발과 보행이상을 보이는 아동의 대다수는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좋아지지만, 피로감이나 통증, 심한 변형, 넘어짐 등 운동 기능 저하가 동반되면 평가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년기에는 어깨나 골반 등의 자세 불균형, 척추측만증, 이로 인한 통증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성장 속도가 빠른 시기에는 척추측만증 역시 급격히 진행할 위험이 높다. 이 경우 어깨 높이 차이, 골반 기울기, 등의 높낮이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측만증 각도가 크거나 빠르게 악화된다면 단순히 자세가 나쁜 차원을 넘어 심장이나 폐 등 내부 장기 압박을 초래할 위험이 있어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박 과장은 “소아 재활의 지향점은 아동이 가진 기능을 최대한 끌어내고 발달에 도움을 줌으로써 일상생활에 독립성을 갖게끔 하고, 사회·정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며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이상이 의심될 때는 지나친 불안과 막연한 기다림 대신 전문가의 평가와 상담을 통해 확인하고 치료 계획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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