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올라가는 길밖에 없다.”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마침내 웃었다. 한국 농구대표팀 역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이어졌던 연패의 터널을 한일전 승리로 끊어냈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6일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홈 경기에서 일본을 81-79로 꺾었다.
천신만고 끝에 일군 승리로 한국은 조 3위 안에 들며 예선 2라운드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불과 사흘 전 같은 장소서 열린 대만전에선 19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끝에 80-82로 역전패했다. 여기에 중국이 대만을 92-74로 꺾으면서 단두대에 올랐다. 조 1위 일본을 잡으면 다음 라운드 진출, 패하면 대만과 동률을 이루고도 상대 전적에서 밀려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패배는 더 큰 수모로 이어질 수 있었다. 라트비아 출신의 마줄스 감독은 지난 1월16일 공식 취임한 뒤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부임 후 첫 3경기서 모두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전마저 내줬다면 취임 후 4연패와 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
벼랑 끝에서 버텼다. 한국은 전반을 35-37로 뒤진 채 마쳤고, 후반에도 일본에 끌려가는 시간으로 제법 보냈다. 그러나 수비 압박과 활동량으로 흐름을 되찾았다. 에디 다니엘(SK)이 강한 에너지와 투지로 코트 분위기를 바꿨고, 이우석(상무), 최준용(KCC) 등도 고비마다 득점을 보탰다. 끝까지 포기하기 어려웠던 접전은 한국의 집중력으로 기울었다.
경기 뒤 마줄스 감독은 팬들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한국 감독으로 부임한 뒤 첫 승이다. 앞선 3패 때도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을 계속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마줄스 감독은 “코트에 들어간 선수들이 모두 많은 에너지와 허슬을 보여줬다. 뛰지 못한 선수들도 훈련 과정에서 팀을 위해 준비했다”며 “이번 네 경기 중 오늘 수비가 가장 좋았다. 선수들이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피지컬하게 싸워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한국 사령탑으로 거둔 첫 승의 의미도 남달랐다. 마줄스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연패를 하면서 힘든 시간이 있었고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바닥을 찍었기 때문에 이제 올라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선수들에게서 우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을 봤다.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경기에 임했고, 열심히 뛸 준비가 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니엘을 향한 칭찬도 이어졌다. 다니엘은 이날 빼어난 에너지 레벨과 투지로 대표팀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마줄스 감독은 다니엘의 수비가 승부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며 “에디 다니엘은 소속팀 SK서도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 오늘 보여준 열정과 투지는 정말 대단했다. 말 그대로 ‘Great guy(그레이트 가이)’”라고 치켜세웠다.
승리 인터뷰에 동석한 다니엘 역시 승리의 공을 팬들과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월요일인데도 소중한 시간을 내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고, 월드컵 예선 여정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며 “일본을 상대로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한국의 절실함을 인정했다. 오케타니 다이 일본 감독은 “턴오버로 한국에 많은 점수를 내준 것이 패인 중 하나였다. 세컨드 유닛의 경기력도 아쉬웠다”며 “무엇보다 한국이 더 절실하게 뛰었고, 강한 압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30점 12리바운드로 분전한 일본의 귀화 빅맨 자원 조쉬 호킨슨도 “한국이 이 경기에 임하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하게 나왔고, 에너지도 좋았다. 결국 한국이 더 절실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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