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공연 인프라는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형 공연장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공연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6일 “해외 팬들은 한국에 직접 와서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과 수요가 충분한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현재 K-팝 그룹들이 국내 공연장이 없어 해외에서 더 크게 공연을 여는 상황인데, 사실 지금은 국내 인바운드 안에서 이뤄지는 콘서트가 더욱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인프라가 부족해 활성화가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 인프라의 부재가 문화·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공연장 부족 문제가 단순히 문화계의 요구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정 평론가는 “인프라 부족에 대한 문제의식은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갖고 있다”면서도 “공연장 하나를 만드는 일은 문화계의 요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지자체나 정치권의 목적 등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기도 하고 유치 과정에서 현실성 없는 기획이 나오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공연 인프라 확충 방식이 지닌 구조적 모순도 짚었다. 특히 한국의 공연 인프라 확충이 시장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성장하기보다 국가 주도 프로젝트 중심으로 추진돼 온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자생적으로 콘서트장들이 하나씩 생겨나고 저변이 형성된 뒤 이를 바탕으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형 공연장 건설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의제가 나오면 마치 대형 국가 주도 프로젝트처럼 실적이나 성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공연장 인프라를 활성화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민간 영역에서 공연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형 공연장이 들어서는 구조가 아니라 정책 의제가 등장할 때마다 대형 사업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순수한 문화적 목적 외에 ‘치적 쌓기’나 ‘성과 내기’ 같은 다른 정치적 목적들이 끼어든다는 진단이다.
공연 인프라 논의가 대형 공연장에만 집중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사실 대형 공연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싱어송라이터나 인디 뮤지션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소극장 같은 공간들도 많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반 시설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는 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실질적으로 공연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대형 인프라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중소 규모 공연장과 지역 공연 생태계를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국내 K-팝 아티스트뿐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 공연 수요도 상당한데, 공연장이 부족해 한국 대신 일본이나 다른 국가를 선택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 정도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은 분명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대형 공연장 신설만으로는 공연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동시에 소규모 팬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작은 공연장도 곳곳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공간들이 허리를 받쳐줘야 전체 공연 생태계도 활성화될 수 있다”며 “결국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봐야 한다. 대형 공연장도 원하지만 그보다 친밀한 환경에서 아티스트와 만날 수 있는 라이브 공연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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