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가 처음으로 월 2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처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면세점과 호텔에 집중됐던 소비가 최근에는 성수동 약국, 명동 커스텀 의류, 캐릭터 굿즈, 피부관리·마사지 등 한국인의 일상 소비와 맞닿은 업종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 데이터랩 외국인 카드 소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 지출액이 2조1222억원을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전년 동월 1조2702억원보다 67.1% 증가한 수치로,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이번 소비 증가세는 중국 관광객이 이끌었다. 중국 관광객의 카드 소비는 올해 들어 매월 증가세를 이어갔고, 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14.0% 늘었다. 관광공사는 외국인 인바운드 소비가 글로벌 2030 세대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소비’와 중국 관광객 주도의 ‘초고가 럭셔리 쇼핑’으로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국·피부관리·굿즈 소비 급증… 외국인이 찾는 ‘한국 일상’
업종별로는 쇼핑업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쇼핑업은 77.8% 증가했고, 운송업 70.6%, 의료웰니스업 65.8%, 식음료업 64.9%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세부 업종에서는 약국 소비 증가가 눈에 띄었다. 약국은 전년 동월 대비 206.1% 늘며 주요 세부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피부관리·마사지도 153.9%, 피부과는 85.5% 증가했다. K-뷰티 소비가 피부과 시술과 약국 구매, 사후 관리 제품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성수동과 부산 해운대에서는 이 같은 소비 흐름이 뚜렷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2가1동의 약국 소비는 1만5249%, 성수2가3동은 2877% 증가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1동에서도 약국 소비가 1만2828% 늘었다. 관광공사는 미용 시술 후 의약품 등급 재생크림 등을 구매하는 연계형 소비가 확산된 결과로 해석했다.
장난감·오락기기 업종도 191.4% 증가했다. 라인프렌즈와 BT21 협업 팝업스토어, 포켓몬 카드, 피규어, 아이돌 굿 등 글로벌 캐릭터 IP 굿즈 소비가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명품과 화장품에 집중됐던 외국인 쇼핑 수요가 캐릭터 굿즈와 한정판 상품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동은 커스텀 의류, 성수는 고프코어… K-패션 소비도 분화
서울 명동과 성수동에서는 K-패션 소비가 강하게 나타났다. 스포츠용품·의류 업종은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했다.
명동에서는 ‘나이키 바이 유’ 등 한국 한정판 커스텀 의류 제작이 체험형 쇼핑 동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명동의 스포츠용품·의류 소비는 162.0% 증가했다. 성수2가1동은 141.9% 늘었다. SNS에서 확산된 패션 트렌드와 맞물려 성수동이 한국형 고프코어 브랜드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상권으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고프코어는 등산·캠핑 등 야외 활동용 의류를 일상복이나 스트리트 패션과 섞어 입는 스타일을 뜻한다. 최근 국내 2030 세대 사이에서 확산된 패션 흐름이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에도 반영되고 있다.
◆중국 고소비층은 청담·제주서 럭셔리 소비 견인
한쪽에서는 중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고가 소비도 크게 늘었다. 시계·귀금속 업종은 69.7%, 액세서리는 87.0% 증가했다.
명품 매장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는 시계·귀금속 소비가 전년 대비 135.0%, 액세서리 소비는 197.7% 증가했다. 특히 시계·귀금속 업종의 건당 평균 결제액은 1215만원에 달했다. 관광공사는 이 업종의 주요 소비층을 중국 관광객으로 분석했다.
제주에서도 고급 체류와 결합한 소비가 나타났다. 서귀포시 예래동의 액세서리 소비는 전년 대비 589.2% 증가했다. 전체 평균 결제 단가는 53만원이었지만, 중국인 평균 결제 단가는 632만원으로 집계됐다. 5성급 리조트와 고급 숙박시설을 기반으로 한 고가 쇼핑 수요가 제주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숙박 소비에서는 제주 서귀포시 대륜동의 콘도미니엄 매출이 193.1% 급증했다. 독채 풀빌라와 럭셔리 타운하우스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권·업종·국가별 소비 세분화”
이번 분석은 외국인 관광 소비가 규모 회복을 넘어 상권과 업종, 국가별로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외국인 관광 소비가 면세점, 백화점, 호텔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약국, 피부관리, 캐릭터 굿즈, 커스텀 패션, 고급 리조트, 럭셔리 주얼리 등으로 소비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이미숙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허브팀장은 “이번 분석은 외국인 관광 소비가 회복 국면을 넘어 상권·업종·국가별로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지자체와 업계가 이러한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지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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