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 시점을 일정 기간 늦추는 이른바 홀드백(Holdback)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영화 제작·배급사와 극장 등 관련 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협의체가 공식 출범해 장기간 이어진 이해 충돌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말 한국 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문체부와 영진위, 극장과 배급사, 제작사, 티브이오디(TVOD·건당 지불 방식 주문형 비디오), 에스브이오디(SVOD·월정액 주문형 비디오) 회사 대표 등이 참여해 머리를 맞댔다.
◆팬데믹 이후 홀드백 논쟁
핵심 의제는 극장 개봉 후 부가 시장 상영까지의 유예기간을 두는 홀드백이다. 과거에는 수개월 이상 극장 상영 기간이 유지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영화 소비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다. 극장 관객이 급감하자 제작사와 배급사들은 수익 확보를 위해 OTT 공개 시점을 앞당기기 시작했다. 일부 작품은 극장 개봉 후 불과 몇 주 만에 OTT에서 공개된다.
이 과정에서 OTT는 영화 소비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지만 극장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극장을 찾을 유인이 줄어들었다. 극장업계에서 홀드백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극장 산업은 팬데믹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에는 2억26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영화관을 찾았지만 지난해에는 고작 1억600만명에 그쳐 절반을 밑돌았다. 올해 역시 1분기(1∼3월) 극장 관객 수는 약 3190만명으로, 2024년(3091만명)·2025년(2082만명) 동기 대비 늘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5507만명)의 약 58% 수준이다. ‘왕과 사는 남자’ 등 흥행작이 간헐적으로 등장하고 있음에도 평일 관객 감소와 중소 규모 영화의 흥행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홀드백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국회에서도 입법 물살을 탔다. 지난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극장 상영 종료 후 6개월간 어떤 플랫폼에도 영화를 공급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배급사와 제작사 측은 제작비 회수의 어려움과 관객의 접근성 저하 등을 이유로 반발하는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박중훈을 포함한 영화인 581명과 13개 영화 단체가 홀드백 6개월 법안 철회 등을 촉구했다.
◆8월 결론 목표…해외 주요국 상생안 눈길
극장과 유통업계의 갈등이 이어지자 정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며 중재에 나섰다. 협의체는 두 달간 이견을 조율해 최종 협약안을 도출하고 오는 8월 한국 영화 상생을 위한 홀드백 자율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크린 상한제 등 상영 환경 개선을 위한 영화계 요구사항 등도 논의한다. 단순히 홀드백 기간을 정하는 데서 나아가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입체적인 상생안이 핵심 과제다.
해외 주요국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홀드백을 조정해왔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홀드백 기간을 법제화하지 않고 업계 협업을 통해 자율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90일이던 기간을 코로나19 이후 45일로 단축했다. 가장 엄격한 프랑스는 원칙적으로 36개월의 기간을 두되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는 별도 합의를 통해 15~17개월로 단축했다. 다만 그 대가로 넷플릭스가 3년간 매출액의 4%를 프랑스나 유럽 영화에 투자한다는 의무 조항을 만들었다.
단일한 기준을 강제하기보다는 산업 구조와 이해관계를 반영한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 극장과 제작·배급사, OTT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협의체 논의 결과에 따라 한국영화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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