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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형의 동안 레시피] 고난도 거상의 세계(2) : 이물질 제거 거상

입력 : 2026-05-11 15:31:24 수정 : 2026-05-11 15: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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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가장 오래 망설이다 결심하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 20~30년 전, 혹은 그보다 더 오래전 얼굴에 이물질을 주입받은 분들이다.

 

당시에는 “한 번만 맞으면 평생 동안이 된다”는 말을 믿고 시술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얼굴이 점점 무거워지고 처지며, 만지면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진다고 호소한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이 낯설어진 느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마음을 오래 안고 살아오신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하게 마주하는 이물질은 공업용 액상 실리콘이다. 1980~1990년대 무면허 시술이나 일부 의료 기관에서 광대와 팔자, 심부볼 부위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간혹 파라핀으로 추정되는 주입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분들의 처짐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다. 얼굴 깊은 곳에 그대로 남아 있는 이물질이 세월과 함께 조직을 변형시키며 만들어낸, 전혀 다른 종류의 처짐이다.

◆액상 실리콘 주입 후 처짐은 왜 일반 노화와 다른가

 

액상 실리콘은 우리 몸이 분해하지 못하는 물질이다. 시술 직후에는 한 곳에 모여 매끈한 볼륨을 만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력과 표정 근육의 움직임을 따라 얼굴 깊은 곳으로 서서히 이동한다.

 

특히 광대와 팔자 부위에 주입된 실리콘은 결국 그 아래 위치한 심부볼 지방층 안으로 흘러 들어가, 그곳에 다발성의 단단한 결절 형태로 자리잡는다.

 

인체는 이를 ‘제거할 수 없는 외부 물질’로 인식하고 만성 염증 반응을 일으켜 단단한 섬유 조직으로 감싼다. 이 과정이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되며 부드러웠던 심부볼이 점차 무거운 결절들의 집합체로 변해간다.

 

문제는 무게다. 일반적인 얼굴 처짐이 ‘헐렁해진 옷’에 비유된다면, 이물질이 깊이 자리잡은 얼굴은 그 옷에 무거운 돌멩이가 매달려 있는 상태에 가깝다.

 

중력이 가하는 부담이 정상 조직보다 훨씬 크다 보니 처짐의 속도와 폭이 같은 연령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깊게 진행된다.

 

실제 광대 부위에 주입된 이물질이 세월이 지나며 팔자와 입가 쪽으로 흘러내려 두툼한 처짐을 만드는 모습은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물질 주변의 만성 염증은 피부 자체의 탄력과 색조도 변화시킨다. 피부가 두꺼워지고 거칠어지며, 부분적으로 붉거나 어둡게 변색되기도 한다. 만져보면 정상 부위와 확연히 다른 단단함이 느껴지고, 표정을 지을 때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거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처진 조직을 끌어올리기 전에, 그 안에 자리잡은 무거운 짐을 먼저 덜어내야 한다.

 

◆이물질 제거 거상, 깊은 층에 자리잡은 유착과 마주하다

 

이물질 제거 거상이 일반 거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이유는, 제거해야 할 이물질의 위치 때문이다.

 

액상 실리콘은 표면 가까운 피부 박리면에서 일부 발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보다 훨씬 깊은 층, 심부볼 지방층 안에 박혀 있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심부볼 지방 제거가 평소에도 섬세함을 요구하는 수술인데, 그 안에 단단한 이물질이 다발성으로 자리잡고 주변 조직과 유착까지 형성한 상태에서의 박리는 난이도가 한 차원 더 올라간다.

 

가장 큰 위험은 얼굴 신경이다. 심부볼 지방층 바로 옆으로는 안면 신경의 협부 분지가 지나가는데, 이 분지는 입꼬리와 볼의 표정 근육을 움직이는 핵심 신경이다.

 

이물질로 인한 만성 염증과 섬유화 속에서 신경의 정상적인 주행 경로는 변위되어 있을 수 있고, 이물질 자체가 신경과 직접 유착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제거를 시도하면 신경 손상의 위험이 일반 거상보다 현저히 높아진다.

 

특히 주의해야 할 후유증은 신경 분지가 손상되거나 회복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재생될 때 나타난다. 웃으려 할 때 눈이 함께 감기거나, 한쪽 표정 근육이 의도와 다르게 동시에 수축하는 등 의도하지 않은 근육들이 함께 움직이는 현상으로, 의학적으로 연합운동(synkinesis)이라 부른다.

 

발생할 경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일부는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이물질 제거 거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합병증이다. 이 수술이 단순히 ‘많이 빼내는’ 기술이 아니라, ‘안전하게 빼낼 수 있는 한계를 정확히 아는’ 판단의 영역인 이유다.

 

◆이물질 제거 거상의 두 가지 원칙

 

첫 번째는 박리 중 실시간 판단으로 안전한 제거 범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액상 실리콘은 심부볼 곳곳에 다발성으로 박혀 주변 조직과 유착을 이루고 있어, 사전 계획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박리 중 실시간 판단이 결정적이다.

 

거상 절개를 통해 직접 박리해 들어가면서 이물질의 분포와 결절의 단단한 정도, 신경 분지와의 위치 관계를 눈으로 확인하고, 그 위에서 어디까지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판단한다.

 

목표는 ‘완전 제거’가 아니라 ‘안전한 최대 제거’다. 이 경계선을 정확히 그어내는 집도의의 경험과 판단이 결과를 좌우한다.

 

두 번째는 제거와 거상을 한 호흡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안면 거상을 시행하며 접근해야 하는 수술의 특성상, 이물질 제거를 위해 거상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한 번의 수술 안에서 거상 박리를 통해 단단한 결절들과 섬유화 조직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생긴 빈 공간 위로 늘어난 스마스층을 새로운 위치에 맞는 방향으로 재배치하며, 여분의 피부까지 정돈하는 모든 과정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거운 짐을 덜어냈다고 해서 늘어났던 옷이 저절로 줄어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물질만 빼내면 그 자리의 빈 공간 때문에 처짐이 오히려 깊어지고, 거상만 시행하면 무거운 결절들의 무게에 눌려 결과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두 과정이 한 호흡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물질 제거 거상, 잃었던 본래 얼굴로 돌아가는 길

 

이물질을 주입받았던 그 시절의 선택을 돌이켜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당시에는 그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처럼 보였고, 부작용에 대한 정보도 지금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다만 세월이 흐르며 그 선택이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면, 지금이라도 그 짐을 덜어내고 본래의 얼굴 윤곽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만큼을 정리하고, 그 위에서 늘어난 조직을 새 자리에 다시 앉히는 정교한 설계. 그것이 오랜 시간 안고 살아온 무게를 내려놓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가장 정직한 동안 레시피다.

 

안건형 리아성형외과 대표원장, 정리=정희원 기자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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