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와르르 무너졌다. 이상재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의 책임 있는 사과와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속절없었다. 곧게 뻗어 나아갈 것 같았던 하이웨이는 싱크홀에 빠진 듯 가라앉았다. 이미 출발도 하기 전에 위태롭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결국 현실로 그대로 드러났다. 여자프로배구 도로공사의 통합 우승 실패, 사실상 책임자들의 무책임한 결정에서 비롯됐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책임을 지지 않는 권한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드러커는 조직의 리더십, 책임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인물로 기업을 단순한 이윤 조직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관으로 규정했다. 특히 그는 리더에게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다면 ‘특권’이 된다고 주장했다. 진짜 리더십은 결정이 아니라 책임에 있다는 뜻이다.
도로공사는 2025∼2026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중반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위기 속에서도 시즌 초부터 종료 시점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다. 프로배구 성적을 넘어 모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전달했다. 도로공사의 홈은 경북 김천이다. 한국도로공사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도로공사는 물론 김천시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은 물론 중계방송 및 언론 노출 등 홍보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성이 그 증거다.
그런 도로공사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김종민 전 감독과의 재계약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1년 농사의 마지막 수확을 앞둔 시점에서 사령탑이 공석인 초유의 사례가 나왔다.
구단의 의사결정 배경에는 지난해 불거진 코치 폭행 혐의가 있다. 김 감독은 구단 숙소에서 A코치에게 물리적 위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법적 판단과 한국배구연맹의 징계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서 도로공사가 어떤 결정을 내렸어도 리스크는 있다. 모기업과 구단이 지향하는 방향과 다르다면 10년을 헌신한 감독을, 그것도 챔프전을 앞두고 결별할 수 있다. 그것은 오롯이 구단이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결정을 내린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 김 전 감독과의 재계약 불가로 리더의 부재가 발생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경기 기록에서 나타난다.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36경기를 치르는 동안 공격 성공률 41.03%, 세트당 평균 세트 14.07개, 리시브 효율 36.83%로 공·수에 걸쳐 리그를 압도했다. 우승의 원동력 역시 조직력과 공·수 균형이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는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공격성공률 37.12%로 급감했고, 리시브 효율 35.98%로 감소했다. 리시브가 불안해지면서 공격도 주춤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세트가 11.84개로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정규리그 기록 통계가 챔프전에서 이처럼 급감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선수들이 긴장해서 일시적으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김 전 감독 체제에서 10년간 2번의 챔프전 우승, 2번의 정규리그 우승, 7번의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배유나, 강소휘 등 V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분위기가 챔프전 성패를 좌우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장본인, 바로 도로공사의 고위 임원들이다. 그리고 챔프전을 앞두고 김 전 감독의 재계약 불가를 최종적으로 승인한 것은 구단주인 이상재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이다. 이 사장 직무대행이 이번 사안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구단주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고, 관여했다면 결과론적으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사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13일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에 직접 체육관을 찾아 김 전 감독과 함께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구단주만 가질 수 있는 ‘권한’이다. 이 권한이 ‘특권’이 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사과와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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