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출전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블라디슬라브 헤라스케비치가 전쟁 희생자를 새긴 ‘추모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제올림픽(IOC)이 막아섰다. 12일 헤라스케비치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헤라스케비치는 IOC 선수 표현의 자유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올림픽 참가가 금지됐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스켈레톤 출전 선수 명단 중 헤라스케비치의 이름에 ‘DSQ(실격·Disqualified)’가 표시됐다.
헤라스케비치는 2018 평창서 12위, 2022 베이징 18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선수·지도자 20여명의 얼굴을 헬멧에 새겼다. 연습 주행에 활용했고, 본 경기에서도 유지할 뜻을 드러냈다.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엔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은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IOC는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이 이와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설득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만나 해당 사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전에도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코르티나 슬라이딩센터를 찾아 헤라스케비치와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메시지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기장(field of play)’에서의 표현이 문제다. 우리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절충안으로 검은 추모 완장 착용,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헬멧 공개 등을 제시했다.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IOC가 금지한 것은 선수가 아니라 IOC 자신의 명예”라면서 “미래는 이를 수치의 순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헤라스케비치는 이번 결정과 관려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헤라스케비치는 4년 전 베이징 때도 경기를 마친 뒤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No war in Ukraine)’라는 푯말을 들었다. IOC는 “단순히 평화를 촉구한 것”이라며 문제 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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