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당사자와 사전 협의 전무
2만4000명 직·간접 생계 의존
“산업·사람 배제 정책, 지속 불가”
“그 어떤 형태의 사전 통보도, 협의도 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경기도 과천경마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 대상지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경마산업 종사자들과 단 한 차례의 공식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졸속 행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마 유관단체는 “산업 당사자의 존재 자체를 행정 절차에서 삭제한 결정”이라며 규탄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98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주거 불안 해소와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확충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주택 공급이라는 공익적 명분이, 산업 당사자와의 최소한의 논의 절차마저 생략할 수 있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경마장 마필관리사노동조합을 비롯한 경마 유관단체는 지난 3일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는 이전 계획을 발표하기 전, 경마산업 종사자들에게 그 어떤 형태의 사전 통보도, 협의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정책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절차 자체가 실종된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산업 피해와 고용 충격을 논의하는 과정이 선행됐어야 하지만, 정부는 그 단계조차 건너뛰었다”고 비판했다.
논의의 부재는 생존 위협으로 이어진다. 과천 서울경마공원에는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 수의 인력, 마주 관계자 등 약 2만4000명이 직·간접적으로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다수의 종사자들은 경마공원이라는 단일 사업장에 고용 구조가 집중돼 있어, 이전이나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대체 일자리로의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마필관리사와 조교사 등 현장 인력의 경우, 장기간 축적된 숙련도와 경주마 관리 경험이 핵심 자산이지만, 이는 다른 산업으로 전환이 쉽지 않다. 경마 유관단체는 “경마공원 이전은 직장을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생업 자체가 사라지는 문제”라며 “주거 대책은 논의하면서, 생계 대책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경마산업의 구조적 특성 역시 정부 계획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경마는 단순 시설 이전으로 유지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약 1800두의 경주마를 중심으로 생산 농가, 사료·운송·수의·훈련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이며, 고객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매출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경마 유관단체는 “이전 부지의 접근성, 관람 수요, 산업 유지 가능성에 대한 어떠한 분석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경마 유관단체는 “말산업을 관할하는 부처가 산업 보호와 종사자 생존을 위한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시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며 “주무부처가 침묵하는 사이 산업은 일방적으로 해체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경마 산업 분야 한 관계자는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산업과 사람을 동시에 배제하는 방식의 정책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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