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그냥 던졌어요. 지금은 생각하면서 던지는 게 제일 큰 차이죠.”
프로야구 한화의 왼손 필승조 김범수가 포스트시즌(PS) 등판에서 무실점 세이브를 작성하며 팀을 위기서 구했다. 7년 만에 선 가을야구인 만큼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뽐낸 하루였다.
한화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끝난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삼성을 9-8로 꺾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쉬운 여정은 결코 아니었다. 선발투수 코디 폰세가 6이닝 6실점(5자책점)하며 흔들렸고, 9회 말 마무리 투수 김서현도 아웃카운트 1개만 잡은 채 1점 차 추격을 허용하는 등 위기가 잇따랐다.
여기서 등장한 구세주가 바로 김범수다. 1사 1루에서 김서현의 뒤를 이어 등판, 삼성의 왼손타자 김지찬, 김성윤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며 경기를 그대로 매조졌다. PS 무대 개인 첫 세이브를 기록한 순간이다.
김범수는 앞서 올 시즌 정규리그서도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뒷문에 큰 힘을 보탠 바 있다. 73경기 등판, 2승1패 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25(48이닝 12자책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썼다.
경기 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정규리그였다면 (김범수의) 9회 말 교체 투입은 없었을 것”이라며 “가을 축제는 이번 기회가 지나면 다음이 없지 않나. 오늘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김)범수가 큰일을 했다”고 전했다.
김범수는 “급작스러운 등판이었지만, 왼손 타자에 초점을 맞춰 불펜에서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며 “알맞은 타이밍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낸 듯하다”고 밝혔다. 또한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그게 통했다”고 미소지었다.
PO 시작 전만 해도 긴장감이 가득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등판으로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오늘 경기를 치르면서 잘 풀어냈다”면서 “사실 긴장감이 극에 달할 줄 알았다. 도리어 휴식기 때보다 덜한 느낌이다. 경기에 들어가고 나니 3회부턴 평소랑 비슷했다”고 답했다.
가을야구 경험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넥센(키움의 전신)과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로 맞붙었고, 김범수는 4경기 무실점 호투를 펼친 바 있다.
이때보다 한층 성장했다는 게 선수 본인의 설명이다. “과거엔 무작정 생각 없이 던졌다. 지금은 ‘생각하는 투수’다. ‘야구를 알면서 하는 김범수’가 된 덕분에 더 편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제 1승을 거뒀다. 정규리그 1위 팀 LG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 도달하라면 두 번의 승리가 더 필요하다. 김범수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지금의 임팩트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그는 “일단 시리즈 3차전 안에 끝내는 게 목표다. 그래야 위에 올라가서 LG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기쁨은 오늘로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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