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부상으로 방송산업의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 방송업계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춘 정책적 대응을 바라고 있다. 광고 규제 완화, 지식재산권(IP) 보호,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방송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시장은 OTT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지상파·종편 등 기존 방송 매체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OTT 주요 현황과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방송사업매출은 전년 대비 4.7% 줄어든 반면 주요 OTT 서비스(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의 매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특히 방송 광고 시장은 가시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2023년 방송 광고 매출은 2조4983억원으로, 전년(3조819억원) 대비 5836억원(약 19%) 줄었다. 방송 시장 내 미디어·콘텐츠 제작비는 2019년 4조9037억원에서 2023년 5조6488억원으로 늘어나며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달리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의 외국계 플랫폼기업의 국내 매출 및 법인세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메타·넷플릭스의 2023년 국내 광고 매출은 1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엄격한 규제에 발이 묶인 국내 방송사와 달리 빅테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은 줄고, 제작비는 늘어나는 속에서 방송업계는 정부 차원의 규제 개선과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광고 관련 규제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T 콘텐츠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로 광고와 협찬이 이뤄지는 반면, 방송은 심의 기준과 간접광고(PPL)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광고 심의 기준 완화와 PPL 규제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정부 차원의 콘텐츠 제작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고 본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방송사들이 자체적으로 콘텐츠 개발과 유통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특히 K-콘텐츠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가운데, 방송 역시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지식재산권(IP) 보호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에는 방송사, 외주제작사, PD, 작가 등 다수의 주체가 관여하지만, 프로그램의 권리 귀속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JTBC와 제작사 스튜디오 C1이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두고 제작비 정산 방식과 저작권 귀속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IP 분쟁을 줄이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에 특화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제작 초기 단계부터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 환경과 관련해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방송계에는 여전히 프리랜서, 외주 제작 인력이 많고,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계약 구조가 만연하다. 특히 주 52시간제는 유연성이 부족해 제작 현장의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이 제도 시행으로 스태프 추가 고용과 촬영 일정 연장이 발생하면서 제작 환경의 비효율은 물론, 제작비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방송 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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