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에 우승하러 왔어요. 올해가 진짜 시작입니다.”
치열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쉽지가 않다. 영원한 주전도 영원한 벤치도 없다. 수장의 선택을 받는 자만 그라운드를 밟는다. 출전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 기회에 증명하지 못한다면 긴 기다림을 마주해야 한다.
전북 현대 김진규에게 기회는 지난달 5일 찾아왔다. 대전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로 뛰며 날카로운 패스와 원활한 공격 전환 등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줄곧 수장의 선택을 받고 있다. 김진규는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극복해서 팀이 시즌을 치르는 데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주전으로 뛰는 게 익숙했다. 2022시즌 부산 아이파크를 떠나 전북에 입단했다. 김천 상무에서 뛰기 전후로 전북의 중심에서 달렸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거스 포옛 체제에서 김진규의 자리는 없었다. 불평불만 대신 묵묵히 훈련에 매진하자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김진규를 찾았다.
포옛 감독은 이영재의 부상 공백을 김진규로 채웠다. 김진규는 2선에 날카로움을 더하면서 전북의 2위(6승4무2패·승점 22) 수성에 이바지했다. 수장은 김진규와 강상윤 새 중원 조합에 고개를 끄덕인다. 포옛 감독은 “최적의 조합을 찾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지금으로선 두 선수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렵게 다시 잡은 기회인 만큼 김진규는 감독의 주문을 되새김질한다. 그는 “항상 공격형 미드필더들에게 부탁하시는 게 있다”면서 “콤파뇨라는 좋은 공격수가 있어 수비수가 몰릴 테니, 다른 공간을 찾아 들어가라고 하신다. 우리가 들어감으로써 콤파뇨가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다른 선수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장의 고민에 가능성으로 답했다. 전북은 든든한 골잡이 콤파뇨와 전진우가 있지만,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수원FC전 전까지 전북의 13골 중 콤파뇨와 전진우(이상 5골)를 제외하면 전병관, 박진섭, 박재용의 1골씩이 전부였다. 이날 김진규는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신고하며 수장의 주문을 완벽히 이행했다. 당시 포옛 감독은 “전진우, 콤파뇨 외 선수에게 득점을 주문했는데, 김진규가 골을 넣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김진규는 “미드필더 선수들이 감독님의 주문을 잘 이행하고 맞춰서 뛴다면 주득점원 외 다른 곳에서도 득점이 더 나올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자리를 잡아가는 시간, 오직 우승만을 향해 달리겠다고 각오한다. 왕좌를 쟁취하기 위해선 동료와의 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진규는 “같이 뛰는 형들 덕분에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 나 역시 편한 선수, 같이 뛰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누가 활약하든 한 경기마다 터져서 팀이 꼭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는 전북에 우승하러 왔다. 올해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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