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선수들한테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KB국민은행의 봄은 뜨거웠다. 개막 전부터 하위권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계속해서 언더독 드라마를 작성했다. 정규리그 4위(12승18패)로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막차를 타는 데 그치지 않고,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21승9패)과 겨뤄 벼랑 끝 5차전 승부까지 끌고 갔다.
다만, 마지막 순간에 패하면서 챔피언결정전 진출 문턱서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KB가 보여준 저력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사령탑은 “더욱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는 굳센 다짐을 남겼다.
KB는 지난 10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WKBL) PO 5차전 우리은행와의 원정경기를 45-53으로 졌다. 올 시즌 정규리그 상대전적은 KB 기준 1승5패다. 하지만, 매 순간이 접전이었을 정도로 두 팀의 대결은 치열했다. 득실 마진을 따지면 -3.8점 차이였다. 이를 주목한 김완수 KB 감독은 “한 끗 차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PO 돌입 후에도 접전이 계속되자, 한술 더 떠 ‘반 끗 차이’라고 했다. 시리즈를 마친 뒤 김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들을 보듬었다. “우리 선수들에게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그는 “오늘 패하면서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고 또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칭찬과 격려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내년 시즌 더 강해져서 (PO 무대에) 다시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험난한 가시밭길,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달렸다. 많은 이가 KB의 올 시즌을 예상하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보 센터 박지수(갈라타사라이)가 튀르키예 리그에 도전하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또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이동이 활발, 리그의 전력평준화까지 발생했다. 이에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및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인 KB는 최하위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도 시즌 초반부터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봄이 다가오면서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시즌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은 끝에 정규리그 4위로 PO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 번 더 모두의 예상을 깼다. 압도적 우위가 점쳐진 우리은행 상대로 혈투 끝 WKBL 역대 최초의 PO 5차전을 성사시킨 것. 우리은행 입장에선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매서운 도전자였다.
의문부호를 걷어냈다. 박지수의 공백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팀 전체에 피어올랐다. 김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다. 그는 “올 시즌을 평가한다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의미가 깊다. (박)지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낸 것도 사실이지만, 더 단단해진 부분도 있다. 언젠가 지수가 돌아왔을 때 굉장히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정은 끝났다. 숨을 고르는 건 잠깐이다. 성과와 숙제를 구분,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시즌 KB스타즈의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선수들의 성장이다. 김 감독은 “(허)예은이와 (강)이슬이가 중심을 잡으면서도 성장했고, 신인 (송)윤하는 복덩이였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멘탈과 농구 지능(BQ)을 갖추고 있어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채은과 이윤미, 양지수를 향해서도 “이 셋이 없었다면 PO 5차전까지 결코 올 수 없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의 보완점도 이미 생각하고 있다. 슈터 강이슬의 짐을 줄여주는 것이다. 강이슬은 팀의 경쟁력을 보완하고자 골밑 역할에 더 치중했고, 그 영향을 받아 올 시즌 저조한 3점슛 성공률(28.7%)에 머물렀다. 통산 기록(37.1%)에 비하면 확실히 아쉬운 수치다.
김 감독은 “팀 신장이 줄면서 최장신인 이슬이의 부담이 컸는데, 덜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긍정적인 게 있다면 부상에서 돌아올 선수가 많다”면서 염윤아와 나윤정, 김민정, 김은선, 김소담 등의 이름을 꺼냈다. 아시아쿼터 선수 계약 관련해서도 고민을 이어간다. 궂은일을 도맡을 빅맨과 백업 가드 역할을 구상 중이다.
올 시즌 눈부신 경쟁력을 증명한 데 이어 값진 경험까지 얻었다. 김 감독을 포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전원이 자신감을 한껏 충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층 단단해진 모습을 기약한 KB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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