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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 안녕, 천재 유격수… “이제는 후배들의 몫” 김재호가 남긴 마지막 당부

입력 : 2025-07-07 13:06:25 수정 : 2025-07-07 18: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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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한 번뿐인 인생이잖아요. 후배들이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천재 유격수 김재호가 정든 그라운드에 입 맞추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프로야구 두산에서만 21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 영광의 순간을 셀 수 없이 함께했다.

 

6일 잠실 만원관중 앞에서 열린 그의 은퇴식은 단순한 고별 행사가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현실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 ‘포스트 김재호’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왔다.

 

2004년 데뷔한 김재호는 무려 10년 넘게 백업 역할을 맡았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 두산 1군에는 국가대표 유격수 손시헌(SSG 1군 수비코치)이 버티고 있었던 것. 때론 퓨처스팀(2군)을 오가면서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야 했다.

 

마룻구멍에도 볕들 날이 오기 마련. 만 29세 나이에서야 주전 유격수로 도약하며 통산 1794경기를 뛰었다. 구단 역사상 최다 출장에 해당한다. OB(두산의 전신) 시절까지 포함해 구단 유격수 최다 안타와 타점, 홈런 등 각종 기록에서도 최상단을 차지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그의 뒷모습을 우러러보며 성장한 후배가 많다. 군 제대(7일)를 하루 앞둔 안재석은 은퇴식 당일 함께하진 못했지만, 영상편지를 통해 “나의 영원한 52번, 베어스의 영원한 유격수 김재호 선배와 함께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뭉클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준순과 여동건, 이선우, 김준상 등도 모두 김재호를 롤모델로 삼아 성장 중인 기대주들이다.

 

이날 은퇴선수 특별엔트리로 선발 출전한 김재호는 1회 초 2사 후 박준순과 교체, 마지막 수비를 마쳤다. 자신의 52번 유니폼을 직접 넘겨주는 퍼포먼스까지 펼쳤다. 그는 “(박)준순와 (이)유찬이, (오)명진이 등 후배들 모두가 두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애정 어린 시선을 드러냈다. 박준순은 “이 등번호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뼈 있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김재호는 “(후배들이)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후계자 찾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벤치의 생각도 같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우리 팀 내야수들은 항상 ‘김재호처럼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러려면 김재호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아직까지도 수비 훈련 때 김재호만큼 진지한 선수는 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은 올 시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승엽 전 감독은 6월 초 계속되는 성적부진에 자진 사퇴했다. 전반기 막바지인 현시점에도 34승3무48패(승률 0.415)로 9위에 그치고 있다.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오르내리고 있는 배경이다. 김재호 역시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다. “두산은 매년 가을야구를 하던 팀이지만, 이제는 현실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냉철한 진단을 내놓았다.

 

은퇴식은 끝났지만, 여운은 길다. 양의지는 “내년엔 코치로 돌아와달라”고 했고, 김재환은 “꼭 다시 유니폼을 입고 만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현재 해설위원과 예능 프로그램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는 “야구선수라면 지도자로 해보고 싶은 위치가 당연히 있다. 다만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야구를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더 성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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