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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조화로 살길 찾는 트로트 시장] ‘데뷔 66주년’ 이미자, 고별 무대서 왕관 넘긴다

입력 : 2025-03-11 07:05:00 수정 : 2025-03-11 19: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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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미자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작사 제공.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가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뒀다. 66년간 함께해온 트로트, 우리네 전통가요의 맥(脈)을 잇고자 내린 결정이다.

 

 이미자는 4월26일과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으로 팬들과 만난다. 데뷔 30주년이던 1989년 전통가요를 부른 가수로는 최초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다. 이후 40주년, 45주년, 50주년, 55주년, 60주년까지 기념하며 세종문화회관에 가장 많이 오른 대중음악인으로 남게 됐다. 의미 있는 장소에서 가수 인생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1941년생인 이미자는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후 숱한 히트곡을 배출했다. 발표한 곡만 2500여곡에 이른다.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66년간의 활동을 뒤로하고 2025년 오랜 가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은퇴’라는 단어 대신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시대의 흐름과 세대의 변화에 따라 대중이 즐겨 듣는 노래의 취향은 바뀌어왔다. 트로트는 한때 저속한 음악으로 치부됐다. 이미자의 3대 히트곡인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아빠’는 짙은 왜색을 이유로 금지곡이 될 정도였다. 이미자는 “내 노래는 하류층 서민 노래라며 서구풍 노래에 밀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노래를 멈출 수는 없었다. 위문 공연에서 노래 한 소절에 울고 웃으며 환영해주는 장병들을 보면서 느낀 긍지도 마음을 다잡게 한 이유였다. 

 

 엘리지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아련하고 구슬픈 감정을 노래하며 서민들의 마음 깊은 곳을 울렸던 이미자의 감성 덕에 탄생했다. 프랑스어로 애도와 비탄의 감정을 표현한 시를 뜻하는 엘레지는 가수 이미자의 목소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됐다. 그렇게 꿋꿋이 전통가요의 100년 역사를 지켜온 이미자는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대중음악인 가운데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66년 세월 동안 ‘가수 이미자’를 노래하게 한 원동력은 전통가요를 향한 애정이었다. 이미자는 “무대에 설 때마다 우리 전통가요의 뿌리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통가요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연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마지막 공연의 제목이 맥을 이음이 된 이유다. 금관문화훈장을 받을 당시 이미자는 “훌륭한 상을 받을 수 있는 후배들이 아주 많이 선출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제 든든한 후배들에게 전통가요의 맥을 대물림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기에, 왕관을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수 조항조, 이미자, 주현미(왼쪽부터)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작사 제공.

 희로애락이 담긴 전통가요는 역사의 순간마다 국민의 정서를 어루만졌다. 힘들 때 들은 노래를 잊으면 안 된다는 이미자의 굳은 다짐은 66년간 이어져 왔다. 그의 뜻을 함께하게 된 후배는 주현미와 조항조다. 지난해 ‘미스트롯3’ 우승자(眞) 정서주와 결승을 앞둔 ‘미스터트롯3’의 우승자도 대선배 이미자의 마지막 무대를 함께하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전통가요의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헌정의 시간이 될 공연이다. 이미자의 히트곡 듀엣과 세대별 감성 무대로 신구조화를 이뤄낼 예정이다.

 

 이미자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음반 취입이나 콘서트 등의 활동은 하지 않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은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이유는 전통가요의 맥을 잇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물려주면, 후배들이 그다음 세대에게 대물림하게 하는 책임감도 같이 물려주는 거라 생각한다. 조언할 기회가 올 수 있기에 은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통가요엔 우리네 정서가 투영되어 있다. 듣는 순간의 감정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이 우리의 전통가요다. 대중에게 ‘전통가요 맥을 이은 가수’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이미자는 “박자도 그대로, 가사전달도 정확해야 가슴에 남을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다. 그게 우리 전통가요의 맥”이라는 조언과 함께 “후배들에게 물려줄 무대가 마련돼 가수 생활 66년에 여한이 없다. 나는 행복한 가수”라고 웃었다.

 

 공연에 함께하는 후배는 조항조와 주현미다. 조항조는 “선배님이 맥을 잇는 후배로 절 선택해주셨는데 제가 그런 자격이 있나 생각했다”며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선배님의 선택에 따라 후배들을 위해 물려주신 전통가요의 맥을 잇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주현미는 “이제는 뭔가 역사를 이어가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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