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는 순간 소름이 돋더라고요.”
시원하게 방망이가 돌아간다. 내야수 허경민이다.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도 마찬가지. 2번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볼넷을 신고했다. 이에 힘입어 두산은 5-2 승리를 거머쥐었다. 허경민은 “오늘만큼은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쁘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잠실(홈)로 돌아갈 것 같다”고 웃었다.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2-2 팽팽했던 9회 초 1사 만루서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올 시즌 개인 첫 결승타다. 허경민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허경민은 “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마치 예전 월드클래식베이스볼(WBC)에서 이종범 선배님이 쳤던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그런 타구 탄도 아니었나. 그 정도로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이날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허경민은 꾸준한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38경기서 타율 0.348(132타수 46안타)을 자랑했다. OPS(출루율+장타율)이 0.842에 달한다. 득점권에서도 타율 0.345를 기록하는 등 순도가 높다. 허경민은 “너무 멀리보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꾸준하게 두산의 한 축을 담당해왔지만 지난 시즌은 다소 아쉽다. 130경기서 타율 0.268 48타점 9도루 등에 그쳤다. 2017시즌(타율 0.257) 이후 가장 낮은 타율이었다. 주장 완장이 무거웠을까. 허경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경민은 “주장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 것은 맞지만 특별히 부담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냥 못했다”면서 “올해 (양)석환이가 (주장직을) 이어받아 정말 잘해주고 있다.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더 힘을 주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달라진 부분이 있다. 안경을 쓰고 경기에 나선다. 과거엔 주로 렌즈를 꼈다. 허경민은 “많이들 물어보신다”고 밝게 말했다. “스프링캠프 때 안타를 정말 하나도 못 쳤다. 반신반의하면서 써봤는데 사실 그래도 안 나왔다”면서 “공이 잘 보여야 할 찰나에 살짝 이물감을 느꼈다. 일단 공은 잘 보인다. 여름엔 다소 불편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괜찮다”고 밝혔다.
어느덧 5연승. 올 시즌 팀 최다 연승이다. 공동 4위를 기록 중인 LG(20승2무18패)와 SSG(20승1무18패)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만 살짝 뒤처져 있다. 선수들도 신이 날 터. 허경민은 “누구랄 것 없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야구는 혼자 잘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잘해야 한다. 오늘은 내가 쳤지만 연승기간 다른 선수들도 큰 도움을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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