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로 출발해 ‘사장님을 잠금해제’까지. 지난 4년여 간 채종협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특별하다. 취준생에서 사장님, 배우의 꿈을 이루기까지 박인성의 ‘진심’을 연기하며 채종협이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채종협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ENA ‘사장님을 잠금해제’ 종영인터뷰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재밌는 작품이었다. 힘든 만큼 색다른 경험도 했고, 좋은 분들을 많이 얻었다”는 종영소감을 밝히면서도 “너무 어려웠다. 고민도 부담도 많았다. 책임감도 무거웠다”는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동명의 네이버웹툰(박성현 작가)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도 미리 접한 채종협은 “신기했다. 완전 허구인가 생각도 들었는데, 대본을 보니 궁금증이 해결되더라. 스마트폰에 영혼이 들어가는 소재에 현실적인 부분을 가져와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고 비교했다.
극 중 채종협은 하루아침에 실버라이닝의 사장이 된 취준생 박인성을 연기했다. 타고난 흙수저에 배우를 꿈꿨지만 현실은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청춘. 우연히 주운 스마트폰으로 인생이 뒤바뀌며 이야기가 전개됐다. 채종협은 “스마트폰을 처음 마주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누구보다 스마트폰과 친하고 진심으로 대해야 했다. 사물이 아닌 진짜 사람, 영혼과 소통하는 것 같이 표현했다”고 답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현실은 손바닥보다 작고 네모난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에 갇힌 박성웅의 목소리는 채종협과 사건을 파헤치던 정세연(서은수), 마피(김성오)의 촬영이 먼저 이뤄진 후 편집됐다. 배우들은 박성웅의 목소리 없이 스마트폰과 교류하며 연기해야 했다. 채종협은 “끝날 때까지도 적응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촬영 기간에 ‘사장님을 잠금해제’ 대본리딩을 진행했다. 이후에도 박성웅은 스마트폰에 갇힌 김선주처럼 녹음실에서 목소리 녹음을 진행했고, 채종협은 박인성의 고군분투를 촬영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다. 서로 일정에 쫓겨 방송을 통해 박인성과 김선주의 호흡을 확인해야 했다.
“매번 ‘이렇게 (연기)해도 되나요?’ 물었어요. 선배님이 어떻게 연기하실지 모르니까 걱정이 됐죠. 보통은 상대 배우와 연기하면서 티키타카를 맞추는데, 그런 호흡이 없었어요.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선배님이 맞춰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성웅 선배가 잘 맞춰줄 테니 믿고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믿었죠.”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채종협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 처음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했고, 더 마음 쓴 ‘내 것’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어리바리하냐’,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디 있냐’는 반응을 봤어요.(웃음) 눈치 없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취준생이어서 더 눈치가 빠르다고 지적하셨는데, 감독님은 의도한 반응이라고 하셨어요. 박인성은 이름 그대로 ‘인성이 바른’ 인물이었어요. 시골에서 자라 순박하고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눈치 빠르게 해결해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연기했다면 큰 흐름을 흐트러트리는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이토록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도 시청자의 반응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도 놀라웠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 마음이 다 똑같지는 않다. (시청자의 평가는)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한 선배들의 조언을 따랐다.
“아직 신인이고 두렵고 무서운 것도 많았어요. 질타도 수용해 밑거름 삼아 발전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그런 것까지 수용할 여력이 되지 않았어요. 수용하기보다 상처가 될 것 같았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달랐다. 정말 많은 노력을 거쳐 탄생했다. 채종협은 “내게 중요하고 애틋한 작품이다. 감독님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선택권을 주고 믿어주셨다. 그래서 더 ‘내 것’ 같았다. 진짜 인성이가 된 것 같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장님을 잠금해제’의 인성을 연기하며 느낀 감정은 ‘진심’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사람을, 그리고 일을 대하면 언젠가는 통할 거라는 느낌이 생겼다. 인성이가 진심으로 사장님을 대하고 민아를 대하고 세연을 대했기 때문에 모든 일이 해결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작품의 메시지를 짚었다.
웹드라마로 시작해 2019년 SBS ‘스토브리그’를 만났다. ‘채종협’이라는 이름보다 극 중 ‘유민호’라는 인물의 이름이 더 익숙해질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신인 야구선수 유민호의 입스(YIPS, 트라우마) 극복기는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후 JTBC ‘시지프스 : the myth’(이하 2021), ‘알고있지만,’ 티빙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KBS2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2022), 그리고 ‘사장님을 잠금해제’까지 쉬지 않고 ‘열일’했다. 수려한 마스크에 피지컬, 연기력까지 겸비한 채종협이 신인 배우에서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달아 작품에 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힘들긴 하지만 나를 계속 찾아주신다는 게 감사하다. 많이 경험하면 그만큼 경험치가 쌓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을 고를 때는 캐릭터를 본다. ‘나만의 매력으로 해석해 재탄생 시킬 수 있는 캐릭터’, ‘평범하면서도 유니크한’ 캐릭터를 선호한다.
‘사장님을 잠금해제’도 그러했다. 신선한 소재에 재밌는 대본, 여기에 박인성 캐릭터가 선택의 이유였다. 채종협은 “내가 박인성이라는 캐릭터의 옷을 입으면 ‘남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인물의 매력을 표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물음표에서 시작했다”고 답했다.
작품을 모두 마친 지금 물음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에 채종협은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로 끝났다”며 “‘어?’하면서 시작해 ‘어?!’가 됐고 ‘아.’로 끝났다. 마침표는 아쉬움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매 작품 아쉬움이 남는다고. “찍을 땐 최선을 다하는데, 끝나면 부족했던 모습이 보인다. (박성웅)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나니 부끄러웠다. 저렇게 연기하지 말 걸, 더 받아먹을 걸 생각했다. 선배님은 주시고 계시는데, 나는 계속 벽에다 이야기하는 느낌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요즘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액션이다. 채종협은 “해보고 싶은 건 많다. ‘사장님을 잠금해제’ 이철하 감독님 때문에 액션이 더 하고 싶어 졌다. 감독님께서도 촬영하면서 ‘액션물 한 번 해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같이 해보자’고 했는데, 구상하고 계신 작품이 액션이 아닌 것 같더라”며 웃었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순수하게, 득과 실을 따지지 않고 연기한다. 달라진 점도 있다. 채종협은 “예전엔 활동적이었던 것 같은데 많이 조심스러워졌다”며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남을 관찰하게 되고 어딜 가도 유심히 지켜본다. 말하기보단 들어주는 편이 되면서 더 조용해진 것 같다. 일하다 보니 친구들과 만나기도 어렵고 점점 혼자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스토브리그’로 주목받은 이후부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사장님을 잠금해제’를 마친 이후에는 새 드라마 ‘우연일까’ 촬영에 한창이다. 진정한 사랑과 꿈을 찾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릴 ‘우연일까’에서 채종협은 10년 전 첫사랑과 재회하는 강후영을 연기하며 김소현과 호흡을 맞춘다. 채종협은 “앞으로도 잔잔하고 묵직하고 꾸준하고 싶다. 열심히 좋은 연기 보여드려서 잔잔하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배우 채종협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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