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앞두고 영입경쟁에 행복
‘피겨요정’ 김연아를 연호하는 소리가 아니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경기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 들을 수 있는 함성, 바로 ‘국민 여동생’ 최윤아(24·신한은행)를 응원하는 소리다. 깜찍한 외모에 뽀얀 피부, 그리고 그에 어울리지 않게 저돌적인 돌파력과 매서운 슈팅력. 농구장에서 만큼은 최윤아가 최고 요정이다. 신한은행의 정규리그 3연패를 이끌며 한국 여자 농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최윤아와 안산 신한은행 숙소 앞에서 ‘1일 데이트’를 했다.
윤아는 행운아? 독종!
“운이 좋았을 뿐이죠.” 화장기 하나 없는 이 앳된 처자가 쌩글쌩글 웃었다. 정선민, 하은주, 전주원 등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춘 언니들 덕에 정규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고, 국가대표팀이 세대교체기에 접어든 덕에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얼핏 들으면 맞는 얘기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말을 뒤집으면 불과 스물 넷의 나이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년 한 해가 전환점이 됐어요. (전)주원 언니가 부상을 당해서 거의 풀시즌을 소화하면서 경기를 읽는 여유가 생겼고, 올림픽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그러나 1년 만에 만들어진 최윤아가 아니었다. 10년이 넘는 인고의 시간을 오기 하나로 버텨냈기에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농구가 마냥 좋아 농구공을 갖고 놀기 시작했고 5학년 때 농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시켜 달라고 졸라서 스스로 발을 디뎠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팀이 매번 꼴찌여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무릎 부상을 당하고 수술비가 부담스러워 농구를 포기할 뻔도 했다고. 다행히 관절경 수술로 위기를 넘겼고, 이를 악물고 재기에 성공해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현대산업개발에 지명됐다.
그해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존스컵 대회에서는 경기 후 주먹을 휘두른 대만 선수에게 응징(?)의 발차기를 날리는 승부욕을 보이기도 했다. 근성은 여전했다.
윤아는 태권소녀? 국민 여동생!
최윤아는 지난 2일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정선민, 전주원이 부상으로 결장해 자신이 40분을 뛴 것을 비롯, 진미정 선수민 강영숙 이연화가 스타팅 멤버로 거의 풀타임 활약해 승리했다. 마침내 12연승 고지에 오르며 신한은행의 창단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운 승리였다.
경기 후 5명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외쳤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 꼴찌 멤버네.” 그랬다. 이 다섯 명은 전신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떼고 신한은행이 급히 인수했던 2004∼2005년 팀이 리그 최하위를 차지하는 등 가장 암울했던 시절을 함께 보낸 멤버였다. 5년 전 꼴찌였던 그들이 12연승의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꼴찌의 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그 때가 데뷔 첫 해였는데 언니들과 눈물 젖은 빵을 나눠 먹으며 다짐했죠. 절대 꼴찌는 하지 말자고요.” 이들이 우승멤버로 다시 설 수 있었던 데는 역시 최윤아의 성장이 가장 큰 몫을 했다.
최윤아는 올 시즌 슈팅력에도 눈을 떠 경기당 1.6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11.5득점 5.6어시스트 4.7리바운드 2.1가로채기로 거의 공격 전부문에서 톱10에 진입, 최고 공격수로 거듭났다.
최윤아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아 여자농구를 8년 만에 8강으로 이끄는 주역이 됐다. 2004년 발차기 사건 이후 붙었던 ‘태권소녀’ 별명 대신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올림픽 이후 팬들이 너무 많이 늘었어요. 작년 가을 허리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문안 온 팬들로 가득 찼다니까요.” 국민 여동생이 또 배시시 웃었다.
윤아는 욕심쟁이
미래를 얘기하자고 하니까 반달 눈은 금세 도끼 눈으로 바뀌었다. “한국여자농구하면 최윤아라는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역시 당찬 여장부였다. 포인트가드의 ‘살아있는 전설’인 팀 선배 전주원도 그의 롤 모델이라기보다는 넘어서고 싶은 대상의 하나에 불과했다. “전주원 언니의 탁월한 리딩력과 넓은 시야를 본받고 싶어요. 이미선(삼성생명) 언니의 일대일 능력과 수비력도 탐나고, 김지윤(신세계) 언니의 파괴력과 돌파력도 배우고 싶고….”
최윤아는 이번 시즌이 끝난 후 FA(프리에이전트)가 된다. 구단들은 ‘최윤아 잡기’ 위한 영입 경쟁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윤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신한은행을 떠날 수도 없고,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어요. 차라리 FA가 안 되고 농구만 전념했으면 좋겠어요” 최윤아는 “지금은 우리 팀의 통합우승만 생각할 거에요”라며 다시 웃는 얼굴로 총총히 숙소로 들어갔다. 그러나 최윤아는 미니 홈페이지의 대문에서 여전히 비장하게 말하고 있었다. ‘신장이 아닌 심장을 키우자.’
안산=스포츠월드 글 김동환·사진 김용학 기자 hwa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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