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유승민의 세계랭킹은 3위로 한 계단 높았지만 ‘이면타법’을 앞세워 상대전적 6전 전승의 압도적인 우위에 있던 왕하오를 유승민이 이길 것으로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탁구신동으로 불리었던 이 청년은 강력한 드라이브와 정신력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4-2의 기적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그 청년이 어느덧 20대 중반의 베테랑이 돼 올림픽 탁구 사상 첫 단식 2연패에 도전한다. 이제는 더이상 탁구신동도, 젊은 에이스도 아닌 명실상부한 한국 탁구의 간판으로 우뚝 선 유승민(26·삼성생명). 비록 4년 전보다 여건은 더 불리해졌지만 기적을 일궈낸 사나이이기에 그에게 다시 한번 ‘만리장성 정복’의 희망을 걸어본다.
2연패 도전의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왕하오는 그 사이 세계 탁구 제왕의 자리에 올랐고 마린과 왕리친이 랭킹 2,3위를 차지해 완벽한 아성을 구축했다. 유승민은 왕하오와 최근 10번의 대결에서 모두 졌다. 통산 전적은 2승16패가 됐다. 마린에게는 1승12패로 더 열세고, 왕리친에게도 4승8패 밖에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유승민은 지난 4일 국제탁구연맹이 발표한 7월 세계랭킹에서 8위를 기록해 올림픽 출전자 상위 4명에게 주어지는 4강 시드를 받지 못했다. 왕하오, 마린, 왕리친을 비롯해 벨로루시의 블라디미르 삼소노프(세계 5위)가 시드를 받아 유승민은 이르면 16강전에서 이들과 격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승민은 ‘디펜딩 챔피언’의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4년 전에 이뤘던 정신력의 쾌거를 이번에도 못 이룰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다.
유승민은 “나는 이미 한 번의 성공을 경험했고 중국에서도 많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자신있다. 오히려 중국 선수들이 홈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며 “다시 도전하는 자세로 올림픽 2연패를 꼭 이루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유승민의 컨디션도 올림픽 개막에 맞춰 최고조로 올라 있다는 평가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한때 발목 쪽 피로 골절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거의 완쾌했다. 그동안 끊임없는 패권 암투로 선수단의 사기를 저하시켰던 탁구협회도 천영석 회장의 퇴진 및 조양호 신임 회장 선출로 내분을 수습, 유승민에게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스승인 유남규 코치의 복귀가 가장 큰 힘이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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