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이 머네요.”
분명 답답한 흐름이었다. 장단 12개의 안타, 6개의 볼넷을 얻어내고도 3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여러 차례 찬스를 날리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2회 선취점을 내고도 한동안 달아나지 못하면서 오히려 상대에게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래도 승전고를 울렸다. 가장 절묘하고도 필요한 순간, 적시타가 터졌다. 아시안게임(AG) 5연패라는 전무후무한 대업을 달성했다.
‘약속의 8회’가 또 한 번 펼쳐졌다. 7회 말 잘 버티면 마운드가 첫 실점했다. 1-1 균형이 맞춰졌다. 첫 실점하며 1-1 균형이 맞춰졌다. 자칫 심적으로 쫓길 수 있는 상황. 설상가상 8회 초 흐름도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김지찬이 2루타로 물꼬를 텄으나 1사 1,3루서 정준재의 3루수 방면 땅볼이 나왔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아웃카운트를 헌납하며 어수선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집중력이 필요했다. 2사 1,3루서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두 타석서 삼진으로 돌아섰던 김도영은 3루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보냈다. 3루수를 맞고 굴절되면서 내야 안타로 이어졌고, 그 사이 김주원이 홈을 파고들었다. 끝이 아니다. 이어진 2사 1,루서 이번엔 문보경이 중견수 앞으로 떨어지는 깔끔한 안타를 만들어냈다. 3-1로 달아났다.
익숙한 장면이다. 한국은 과거 일본과의 맞대결에서도 8회 하이라이트를 대거 만들어내곤 했다. 1963년 제5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김응용이 1-0으로 앞선 8회 쐐기 투런포를 날린 것이 대표적이다. 2000 시드니올림픽 3·4위 결정전을 비롯해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8회에 결정적인 점수를 올리며 포효했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품었지만 마냥 웃진 못했다.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은 까닭이다. 이날뿐만이 아니다. 지난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에선 0-5로 패하며 벼랑 끝으로 몰린 바 있다. 당시 한국은 4안타, 3병살에 그치며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김도영과 문보경 역시 타격감이 썩 좋다곤 할 수 없었다. 이날 전까지 5경기서 타율 0.211, 0.222에 그쳤다.
정상 앞에서 반성부터 했다. 김도영은 “금메달을 따 기쁘지만 한편으론 찝찝하기도 하다.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수들,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이것보단 더 잘 칠 거라 기대하셨을 것 같다. 보답하지 못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담담히 말했다. 결승타 상황에 대해선 “여기서 결과를 못 내면 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생명은 연장된 것 같다”고 밝혔다.
4번 타자 문보경도 다르지 않다. 문보경은 “지명타자로 나섰다. 밖에서 볼 때마다 안타를 맞는 등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지더라. 내가 문제였던 것 같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지면 끝이지 않나. 절대로 져선 안 되는 경기기도 하고, 한 번 졌던 상대이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었다. 평소보다 더 집중했다. 부담도 많이 됐지만 간절한 맘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도요하시=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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