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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세상 비틀어보기] 누가 박시후의 날개를 꺾었나

입력 : 2013-02-27 15:29:13 수정 : 2013-02-27 15: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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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박시후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오스트리아 출신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다. “날개 달린 것들은 하늘을 날지만 이 날개가 구실을 못하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로 날아오른 스타 박시후가 성폭행 의혹에 휘말려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박시후에게는 스타라는 날개가 있지만 구실을 못하고 있다. 누군가 그 날개를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박시후가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속보가 인터넷을 달궜다. 아직 경찰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도 전이었고 혐의는 확정돼지 않았다. 그러나 ‘박시후’라는 실명은 첫 기사부터 도드라졌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든지 사건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라졌다. 대신 약물 투약이니 쓰리썸이니 하는 선정적인 단어들이 인터넷을 장식했다.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피해자의 신원이 궁금했던 대중은 엄한 여대생을 포착해 ‘마녀사냥’하기도 했다.

대중은 경찰과 변호사의 공식 발표보다 횡설수설 하고 있는 피해자 친구의 말을 더 신봉하고 있다. 박시후가 변호사를 선임해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대중은 박시후를 이미 강간범으로 단정한 분위기다. 박시후가 스타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자기 관리를 잘못해 미움을 산 부분이 있더라. 또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반듯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 이번 사건과 대치돼 이미지의 괴리가 왔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박시후를 지나치게 과격한 언어로 조롱하는 인터넷 반응들을 보면 정상의 스타가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대중이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물론 박시후가 잘못을 했을 수 있다. 그런데 사건의 시시비비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CC(폐쇄회로) TV에 찍혔다는 증거들을 들어 박시후가 피해자에게 약물을 투여했다고 확신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약물감정 결과 음성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우리가 박시후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철떡 같이 믿었던 의혹들이 전부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일깨움을 준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했다. 누군가 이 사건의 뒤편에서 박시후를 욕하는 대중의 반응을 보며 미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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