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두근두근해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2024~2025시즌 변화를 꾀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역시 사상 첫 도입한 아시아쿼터 제도다. 2020년 외인 제도를 폐지한 뒤 꽁꽁 닫혀있던 문을 열었다. 우선 일본 선수만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지난 6월 6개 구단서 총 9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은 이들의 활약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무대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 다니무라 리카(신한은행) 등 9명 전원이 한국 팬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기대가 크다. 최근 한국 여자 농구는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얼마 전 막 내린 파리올림픽에선 본선 티켓조차 얻지 못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날선 비판이 쏟아진 까닭이다. 아시아쿼터 제도는 국내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될 거란 전망이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력 풀이 꽤 넓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색깔을 갖춘 자원들이 WKBL리그로 향했다. 각 구단들도 생각보다 더 뛰어난 기량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박신자컵 초반부터 종횡무진 달리는 모습이다. 이이지마 사키(BNK) 역시 마찬가지. 지난 2일 토요타 안텔롭스와의 A조 맞대결서 37분36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3점 슛 2개를 포함해 14득점 3어시스트 3스틸 3블록 등을 올렸다. 지난 시즌 최하위 팀이었던 BNK가 지난해 박신자컵 우승팀 토요타에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다. 사키는 BNK서 박혜진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팀에 빠르게 녹아들려 노력하는 모습에 박정은 감독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흥미로운 장면들도 눈에 띈다. 히라노 미츠키(삼성생명)는 지난해 토요타 유니폼을 입고 박신자컵에 출전했다. 이제는 삼성생명 소속으로 뛴다. 벤치멤버였던 지난 대회와 달리 올해는 당당히 주전 임무를 수행한다. 나가타 모에(KB국민은행)도 묵묵히 제 몫을 하는 중이다. 2일 히타치 하이테크 쿠거스전서 15점 9리바운드 등 더블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우리은행은 ‘에이스’ 김단비를 필두로 미야사카 모모나, 스나가와 나츠키 등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설렘이 묻어난다. 모모나는 “(한국) 첫 공식전이 박신자컵인데다, 우리은행 홈코트서 경기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완전히 적응하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멤버로 농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나츠키는 “한국의 유명 대회에 출전하게 돼 영광이다. 매일매일 두근두근하다”고 말했다. 나가타 모에는 “국민은행에 입단해 첫 한국 공식 경기이기도하고, 한국 팀만이 아닌 일본, 대만 팀도 있어 시즌 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듯하다. 시즌까지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시다 모에(KB국민은행)는 “생각보다 많은 팬 분들이 찾아주셔서 놀랐다.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 내고 싶다”고 전했다.
아산=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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