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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광장] 이것은 ‘야구 게임’이 아닙니다

입력 : 2025-07-25 06:30:00 수정 : 2025-07-25 09: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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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것은 야구 게임이 아닙니다.’

 

1997년 5월 말, 일본이 발칵 뒤집어졌다. 14세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 심각한 게임 중독에 빠져 있었던 범인은 가상과 현실을 혼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리셋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졌다.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 버튼 한 번에 재부팅할 수 있듯이, 현실세계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초기화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일컫는다.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대단히 부정적인 사회적 병리현상 중 하나다.

 

키움이 다시, 리셋 버튼을 눌렀다. 올스타 휴식기를 틈타 파격 변화를 꾀했다. 구단 수뇌부를 전격 교체했다. 홍원기 감독을 비롯해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가 한꺼번에 짐을 쌌다. 홍 감독은 2009년 코치로 합류해 17년간 동고동락했다. 2021년부터 지휘봉을 들었으며, 이듬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오랫동안 헌신했음에도 이렇다 할 작별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홍 감독은 자신의 SNS로나마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구단이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지난 2년간 최하위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순위표 가장 아래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새 얼굴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부분서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꽤 많은 신예들이 기회를 받았음에도 뚜렷한 인상을 남긴 이는 없었다.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다저스) 등을 이을 특급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 상황. 트레이드 등을 통해 신인 지명권을 모았던 것을 떠올리면 아쉬움은 더 컸다.

 

사진=뉴시스

 

겉으로 드러난 문제, 그것이 전부일까. 프로는 성적으로 이야기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 다만, 키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개막 전부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하위권으로 분류했을 만큼 객관적 전력이 약했다. 외부 영입은커녕 지난 시즌 마운드 중심을 잡아줬던 외인 원투펀치(아리엘 후라도,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와도 모두 이별했다. 기본적으로 대등하게 싸우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어놓고, 달콤한 실적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장석 전 대표의 이름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다. 2008년 구단주가 됐을 때부터 잡음이 많았던 인물이다.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2018년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징계를 받았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서울 히어로즈 최대 주주다. 현장에선 선수기용에서부터 구단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이 전 대표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오죽하면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도 “비상식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모든 것이 이 전 대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곳곳에 폭탄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대만 마무리캠프에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 전 대표 자녀는 두 차례에 걸쳐 구단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검사 출신이자 이 전 대표의 변호사였던 위재민 사장이 추천했다. 이 전 대표의 자녀인 것을 모르고 추천했을 리는 없다. 인턴이 이 전 대표의 자녀라는 사실을 구단 실무 직원들 조차도 몰랐다.  

 

현실을 ‘리셋’ 시킬 수 있다는 착각, 대단히 위험하다. 키움, 아니 이 전 대표의 문제해결 방식은 한결같다. 회피 혹은 책임 전가다.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면서도 특정 인물을 앞세우고 자신은 슬그머니 빠지곤 한다. 그러면서도 계산기는 절대 놓지 않는다. KBO리그는 게임이 아니다. 제멋대로, 그러다 수틀리면 버튼 하나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인생이 담겨있는 곳이다. 씁쓸한 프로야구의 뒷면, 선수와 팬들이 상처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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