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비자들이 한식을 대하는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어떤 음식인지 설명을 해도 큰 관심이 없던 글로벌 시장이다. 이제는 음식 하나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이 먹는 방식까지 경험하려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김숙진 CJ제일제당 마케팅실장은 한식에 대한 호기심을 일상적인 식사로 연결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 23일 제1회 한식의 날을 기념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한식페스타’ 한식 콘퍼런스에서 ‘세계시장에서 한식의 브랜드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은 모든 사람들이 한식을 먹게 하겠다는 게 비전”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처럼 먹고 싶다”… 설명보다 경험을 찾는 소비자
과거 해외 소비자에게 한식을 알릴 때에는 고추장을 왜 먹는지, 불고기를 어떻게 먹는지부터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메뉴는 당연히 안다. 소비자들은 ‘한국인들이 진짜 어떻게 먹느냐’고 방식을 알려달라고 한다. 젓가락을 쓰고 음식을 찍거나 비벼 먹는 방식도 기꺼이 따라 해보려 한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이 같은 관심을 키운 주요 계기는 한국 콘텐츠”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음악을 접한 소비자들이 화면 속 음식을 찾아 식당에 가거나 직접 구입해 먹는다는 것.
이와 함께 첫 구매가 반드시 맛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김숙진 실장은 “‘한국인들이 먹는 음식을 나도 경험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먼저일 수 있다”며 “식품기업은 이때 소비자가 쉽게 구입하고 먹어볼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비고가 만두에 머무르지 않고 김치와 국·탕·찌개, 간식과 야식으로 제품군을 넓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만두를 해외 시장의 진입 상품으로 키웠다면, 이제는 한국의 식생활 전반을 전하는 식문화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목표다.
◆미국에선 한 끼로, 젊은 층에는 간식으로
김 실장은 한식의 근본은 지키되 문화권과 세대에 따라 전달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만두에 이어 밥을 먹는 방식의 확장에 주목하고 있다. 스테이크에 곁들이거나 샐러드볼로 즐기는 등 현지 식단에 밥이 들어갈 자리를 찾고 있다. 일본에서는 만두를 중심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한식을 접하기 시작한 해외 10~20대에게는 간편한 음식이 입문 메뉴다. 라면과 핫도그, 치킨, 김밥 등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에 맞춰 분식과 간식류를 확대하고 있다.
같은 식재료도 먹는 상황에 따라 제품이 달라진다. 한국에서 밥과 함께 먹는 김을 해외에서는 간식으로 즐기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식을 얼마나 아는지뿐 아니라 언제, 어떻게 먹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싸이에서 세븐틴으로… 팬들 있는 곳에 한식을
비비고의 마케팅도 한국 콘텐츠의 확산에 맞춰 변해왔다. 김 실장은 싸이의 세계적인 인기가 초기 브랜드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탰다고 회고했다. 이후 드라마를 통해 한국인의 생활과 식사 장면이 알려지자 김치와 국·탕·찌개 등 일상식을 준비했다.
한국 영화와 음악의 영향력이 커진 뒤에는 스포츠 후원과 공연 현장 팝업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싸이 이후 대형 스타 모델을 기용하지 않았던 비비고가 다시 손잡은 아티스트는 세븐틴이었다. 김 실장은 글로벌 소비자와의 소통에 속도를 높이려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비고는 지난해 5월 데뷔 10주년을 맞은 세븐틴을 첫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했다. 멤버들이 한식을 즐기는 영상과 팀 컬러·로고를 입힌 협업 제품으로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다가갔다.
2027년에는 한식의 철학과 문화를 더욱 드러내는 캠페인을 준비할 계획이다.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인의 실제 식사 방식을 받아들이려는 만큼, 한식에 담긴 이야기까지 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실장은 한식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려면 개별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산업의 기반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셰프 육성 등도 이를 위한 활동으로 소개했다. 그는 “모두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이 판을 계속 키워갈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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