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인엽이 15년의 세월을 건너 첫사랑과 재회 로맨스를 완성했다. 데뷔 7년 차인 그에게 이번 작품은 꿈과 사랑을 새롭게 정의하게 한 시간이었다.
황인엽은 지난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그대에게 드림’에서 꿈을 이룬 천재 영화감독 우수빈 역을 맡아 이혜리(주이재 역)과 호흡했다. 함께 작업한 배우와 제작진들에게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며 작별했다. 직접 보고 말하긴 낯간지럽고 부끄럽지만, 글에 담으면 진심이 더 잘 전해지기 때문이다. 유독 애정있었던 ‘그대에게 드림’을 함께 완주한 이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동종 업계의 이야기를 드라마를 통해 풀어나가는 재미를 느꼈다. 영화감독인 두 사람이 한 작품을 공동 연출한다는 설정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특히 여운을 남긴 건 작품 속 대사들이었다. 황인엽은 20일 “위로하는 말이 많지만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대사였다. 마음에 와 닿는 대사들이 좋았다”고 작품에 애정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이재에게 건넨 “내 등을 밟고 올라가”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주연으로는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오매불망 첫사랑 이재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로 여심을 자극했다. 직진 로맨스부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까지 처음 보는 황인엽의 얼굴이 가득 찬 작품이었다. 알콩달콩한 연애가 질투를 유발하고, 잠시의 이별에도 술 취해 목 놓아 이재를 부르짖는 장면들은 시청자를 미소 짓게 했다.
◆이혜리와 만나 빛나는 케미
첫 로코의 목표는 하나, 케미스트리였다. “로코 장르는 케미스트리가 좋지 않다면 로코 드라마를 볼 이유가 없지 않나. 좋은 케미를 만들었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했다. 다정함을 넘어 실제 연인 의심까지 들게 하는 황인엽과 이혜리의 ‘야구장 데이트’ 영상은 큰 화제였다. 황인엽은 “성격도 맞고 이해와 배려하는 지점도 있었다. 서로 잘 지내다 보니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이조차 좋은 케미스트리의 발현으로 바라봤다.
상대역은 학창시절 응원하던 걸그룹의 멤버이자 배우로 뿌리내린 이혜리였다. 황인엽은 그와의 만남을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연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스타와 같이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15년의 부재도 끄떡없는 관계성을 가졌다. 우수빈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이혜리와의 케미스트리가 가장 중요했다. 시청자의 반응 중 가장 신경 쓴 지점이기도 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방영 전부터 실제 연인 의혹을 받을 정도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그는 “성격이 맞고 서로 배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케미스트리가 보일 거라 생각한다. 연인 관계냐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좋았다. 좋게 보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는 상대와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나가는 작업이다. 대본을 보고 준비해 현장에 나가지만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더 좋은 장면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혜리는 최고의 상대역이었다. 특히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데는 이혜리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황인엽은 “밝고 에너지가 넘쳐서 누구든 혜리의 에너지에 동화된다”며 “혜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들이 신을 더 풍성하게 만들곤 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지점들을 캐치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감정 신에서도 이혜리를 믿고 연기했다. 반복되는 감정에 둔감해질 때마다 이혜리의 리액션에 도움을 받았다. 그는 “촬영 내내 ‘네가 이 역할을 해줘서 덕분에 더 빛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가 혜리라서 더 좋았다”고 신뢰를 보였다.
말투는 다정함에 초점을 맞췄다. 비록 표현이 서툴더라도 화난 감정이 섞여 있진 않았다. 만일 화가 났다고 해도 감정으로 표출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틀은 다정함에 두고 부드럽고, 듣기 편한 느낌을 강조하려 했다. 대사에 담긴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편안하게, 말하듯 이야기했다. ‘대사’가 아닌 ‘말’으로 다가갔다.
◆‘워너비 테토남’ 황인엽 “내 첫사랑은…”
극 중 우수빈과 주이재는 10대에 만난 첫사랑이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첫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황인엽은 표현을 삼켰다. 그는 “이재는 수빈과 반대의 성향에, 뭐든 주도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친구이다 보니 나도 저렇게 되고 싶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했다. 10대의 수빈이 생각하는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것을 다 내주고, 힘든 건 도맡고 돕고 싶은 감정이었다. 표현을 잘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첫사랑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자신의 것을 다 내어주고서라도 다시 반짝이게 해주고픈 마음이었다. 황인엽은 “사랑은 희생이 맞지 않을까. 다시 끌어 올려주고 싶은 희생을 떠올렸다”고 했다.
황인엽의 실제 첫사랑은 어땠을까. 짓궂은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나의 첫사랑은 후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마음을 표현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표현하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말 걸 그랬다. 거절 당할까 봐 그 두려움이 너무 커서 말하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처음 느낀 감정에 혼란스럽다가도 괜히 생각나고, 부끄러워 맴돌기만 했던 마음이다. 그는 “첫사랑은 표현하지 못 하는, 상대와는 전혀 다른 언어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실제 연애관도 들어볼 수 있었다. 황인엽은 “난 당연히 테토남인 줄 알았는데, 에겐남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아마 테토남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스킨 냄새 물씬 나는 테토남을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자상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닮아갔다. 필요한 말만 하고 행동으로 먼저 실천하는 아버지를 보며 ‘테토’의 정의를 내렸다. 이어 선배 소지섭을 언급하며 “모두를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남성상이다. 많은 말도 필요 없고 묵묵히 해내는 모습이 멋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폭력 아버지를 둔 어두운 가정사, 후반부 드러난 친모 안수희(박지영)의 존재까지 반전도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 중 하나도 아버지(정해균)와의 대면 신이었다. 폭행당하는 장면을 연기해 본 적도, 아버지의 폭력이라는 상황을 상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앞에 당당하게 맞서며 이재의 상처를 확인하는 장면의 감정이 어려웠다. 걱정도 많았지만 결과물을 보고는 “잘해낸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배우 황인엽의 ‘꿈’
15년 전 함께 영화감독의 꿈을 꿨던 두 사람은 꿈과 사랑을 동시에 품에 안고 해피엔딩을 맞았다. 우수빈으로 살아가며 꿈과 사랑의 가치를 다시 정의했다. 그는 “예전엔 꿈을 장래희망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건 꿈이 될 수 없더라. 각자가 가진 가치가 꿈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사랑도 마찬가지다. 나의 마음만큼 상대도 같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인 줄 알았는데, 다름을 존중하고 맞춰가는 게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의미를 찾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황인엽의 꿈을 물었다. 그는 “오래 연기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답했다. 연기를 시작하고 외향적 성격은 내향적으로 바뀌었다. 자신감을 가지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예전엔 스쳐 지나갔을 감정이나 생각들도 기억하려 노력한다. 경험을 녹여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이 배우로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8년 웹드라마로 데뷔해 빠르게 주연 자리를 꿰찼다. ‘여신강림’, ‘왜 오수재인가’, ‘조립식 가족’, ‘친애하는 X’ 등 쉼 없이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주연으로서의 책임감도 무거워진다. 그런 점에서 ‘그대에게 드림’이 받아든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평균 2%대의 시청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애정을 가진 작품인 만큼 기대도, 아쉬움도 컸다. 그는 “처음엔 주연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주연이 되면 끝까지 채워야 하는 책임감으로 넘어간다. 성적도 내가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라 심도 있게 고민하게 된다”면서도 “못 본 분들이 계신다면 이제 몰아보기가 가능하니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올해로 데뷔 7주년을 맞았다. 또 하나의 작품을 필모그래피에 추가한 황인엽은 “역할의 크기를 떠나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 연기가 너무 좋다”고 밝게 웃으며 “평소 지나간 드라마를 다시 보는 취미가 있다. 여름엔 ‘커피프린스 1호점’이 생각나는 것처럼 계절을 담아 그 계절마다 떠오르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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